[증시레이더] 초저금리 바람 타고 증시에 돈 몰릴까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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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증시가 기대 이상의 강세행진을 펼쳤다.

기술적 반등의 불씨가 피어오른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의 바닥론이 부상했고,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이며 기름을 부은 게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지난주 증시는 악재보다는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무언가 구실만 주어지면 주식을 사보겠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통화당국이 콜금리를 내리고 돈을 넉넉하게 풀면서 은행 예금금리가 4%대로 떨어지자 안전 자산만 찾던 사람들이 점차 주식.채권 등 위험 자산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주 동안 투신사의 주식형 수익증권에는 3천억원의 자금이 들어왔고, 채권형에는 2조원이 몰렸다.

달러화 약세도 한몫했다. 미국이 결국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면서 지난주 달러화는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원화가치도 덩달아 들썩이자 외국인들은 환차익까지 노려 국내 주식 매수에 나섰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눈앞의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은 여전히 깜깜하기만 하다. 지난주 나온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와 NAPM(전미 구매관리자협회)지수는 시장 전망치에 못미쳤다. 전경련이 조사한 국내 BSI(기업실사지수)도 6개월 만에 100아래로 떨어졌다.

물론 증시가 경제 현실과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약세 기조에서도 돈의 힘과 가격논리로 움직이는 유동성 랠리가 간간이 나타난다. 지난 1월 장세가 그랬다. 이번 주 증시는 단기 급등에 따른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며 유동성 장세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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