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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고향 '보성'서 색다른 피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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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고집 센 사람들이 지켜온 땅-.

그곳으로 떠나기 전 우연히 손에 쥔 한권의 책(『한국의 발견/한반도와 한국사람』 전라남도 편.뿌리깊은 나무.1983년)은 전남 보성(寶城)을 이렇게 소개해 놓고 있다.

바다.산.호수의 삼경(三景)속에 어우러진 예(藝).의(義).차(茶)때문에 삼보향(三寶鄕)으로 불리는 보배스러운 땅. 청정해역과 비옥한 땅이 가져다주는 풍요로움과 보성의 고집은 어떻게 잇대있는 것일까.

동(東)으로는 순천시, 서(西)로는 장흥.화순군, 남으로는 고흥군과 맞닿은 보성.

아직도 물레를 발로 돌리는 옹기장(甕器匠).

4백년 전통을 이어 10만번의 바느질로 용을 새긴 용문석(龍紋席).

"아제, 엄청 맛이 좋아. 떨어주쇼" 를 외치며 맛조개를 파는 5일장 노파에게서도 고집스러움은 묻어나는데….

그것은 땅과 물의 고마움, 사람과 역사의 소중함에 대한 애착이었다.

삼보(三寶)에 보성 사람을 더해 사보(四寶)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보성군 회천면 율포리 율포해수욕장은 수영을 즐기고 바지락도 캘 수 있는 '넉넉한' 해수욕장이다. 길이 1.2㎞, 폭 60m의 해변은 백사장이라기보다 걷기에 불편 없는 단단한 개펄에 가깝다. 바지락을 캐는 피서객, 해변을 기어다니는 게는 동해안의 여느 해수욕장에선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율포해수욕장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보성군청이 해수욕장 내에서 직접 운영하는 해수 녹차 온천탕(061-853-4566.오전 6시~오후 7시.5천원).

지하 1백20m에서 끌어올린 바닷물에 하루 15~45㎏의 찻잎을 우려낸다.

"좀 짤 뿐 녹차나 다름 없지 않느냐" 는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온천탕 직원은 "이른 새벽 제일 먼저 들어온 손님은 탕물을 좀 먹어봐도 괜찮을 것" 이라고 재치 있는 입담을 늘어놓는다.

탕 속에 몸을 담그고 차 향을 맡으면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온천 바로 옆 6백평 규모의 해수 수영장 역시 지하에서 끌어올린 바닷물로 채웠다(3천원.8월 19일까지 운영.061-853-1633). 수영복과 수영모를 3천원에 빌려준다.

다향에 왔으니 차 맛 감상도 빼놓을 수 없다. 율포해수욕장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보성읍 방향으로 8㎞쯤 가면 봇재를 중심으로 능선마다 녹색 융단같은 차밭을 가꾼 다원(茶園)이 즐비하다.

대한.동양.봇재다원 등에서 차밭을 산책할 수 있으며 무료로 차를 마실 수 있다. 잎을 딴 시기에 따라 우전(雨前).세작(細雀).중작(中雀).대작(大雀)으로 구분하며 곡우(穀雨.4월 20일경)전후에 잎을 딴 우전이 최고급품이다. 세작은 참새 혀를 닮았다고 해 작설(雀舌)로도 불린다.

보성은 바다와 주암호 덕에 안개가 많고 습도가 높으며 토질이 마사토라서 물빠짐이 좋아 차 생산의 적지(適地).

보성군의 군 소재지는 보성읍이지만 벌교읍이 보다 크고 일찍이 발달했다.

개펄이 잘 보존돼 어패류가 잘 잡히고 광주.고흥.장흥.순천과도 쉽게 연결되는 벌교 포구는 일제 시대 남도의 각종 산물이 집결하는 교통.상업의 중심지였다. 돈이 모이는 곳에는 '주먹' 이 따르는 법. 이 때문에 한때 '벌교에서는 주먹 자랑하지 말라' 는 말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훈훈하고 친절한 벌교 인심을 맛보면 '주먹' 운운은 그야말로 옛적 얘기일 뿐이다.

◇ 먹거리=바지락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고추장으로 양념한 바지락회(4인분에 2만원)는 쫄깃한 맛이 좋다. 회로 먹거나 구워 먹는 전어도 일품이다. 30년 전통의 행낭횟집(회천면 율포리.061-852-8072)이 잘 알려져 있다.

암컷 흑염소가 재료인 양탕(6천원)은 보성 사람들이 꼭 추천하는 메뉴.

푹 고은 염소 고기에 된장을 푼 양탕은 땀을 흘린 뒤 먹으면 더욱 좋다. 보성읍내에서 40년째 영업하는 '보성양탕' (신흥동.061-852-2412)은 서울에서 음식을 포장해 보내 달라고 주문할 정도로 단골이 많다.

5월부터 10월까지 벌교 포구에서는 짱뚱어도 한창이다. 팽이버섯과 호박.우거지.부추를 넣고 푹 우려낸 짱뚱어탕은 개펄이 내려다보이는 진석모텔산장(벌교읍 장양리.061-857-5350)이 전문으로 한다.

◇ 볼거리=짱뚱어는 볼거리도 된다.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이며 벌교읍 장양리.장암리의 개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개펄 위를 양 지느러미로 걸어다니기 때문. 미끼 없이 개펄 위로 낚시를 던져 홀치기 수법으로 짱뚱어를 잡아내는 모습은 신기한 구경거리다.

전남 강진에서 50년 전 보성으로 옮겨왔으며 9대째 옹기를 짓고 있는 미력옹기(미력면 도개리.061-852-4232), 문덕면 죽산리 대원사 앞에 최근 문을 연 티벳미술박물관(061-852-3038.2천원)등도 둘러볼 만하다.

◇ 교통=승용차로 갈 경우 서울에서는 호남고속도로(동광주 IC)~광주외곽순환도로~화순~보성 코스를, 부산에서는 남해고속도로(순천 IC)~순천외곽순환도로~국도 2호선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서울.부산.목포 등지에서 출발해 보성역(061-852-7788)또는 벌교역을 경유하는 기차편도 있다. 자세한 정보는 보성군청 홈페이지(http://www.boseong.jeonnam.kr)에서 얻을 수 있다.

보성=성시윤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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