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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람] 한·미우호상 받는 송인상 한국능률협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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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요즘은 '우리에게 미국은 무엇인가'를 자주 되묻게 합니다. 한.미 관계가 우리의 큰 자산일 수 있다는 발상을 해 볼 때가 아닌가 싶어요."

송인상(90) 한국능률협회장은 한미협회(회장 구평회)가 수여하는 제3회 '한.미우호상'수상자로 선정된 소감을 묻자 이렇게 첫마디를 꺼냈다. 그는 반세기 넘게 한.미 우호 증진에 헌신한 공로로 이 상을 받았다.

그는 "한.미동맹은 (일본 패전이나 한국전쟁 같은) 역사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 두 나라의 소중한 공동 자산"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 원조를 받아 성공한 거의 유일한 사례"라며 "당장 미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가치있는 한.미 공동자산마저 무시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 원로답게 얘기는 요즘의 경제난을 푸는 해법으로 흘러갔다.

"경제는 물 흐르듯 놔두는 게 좋을 때가 많아요. 보를 갑자기 막았다 헐고 해서 물살이 급변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지요."

그는 "기업들이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나게 하는 게 바로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말도 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산 증인 가운데서도 최연장자급이다. 경력도 화려하다. 1949년 재무부 이재국장으로 관료생활을 시작해 한국은행 부총재, 부흥부 장관, 재무부 장관, 유럽공동체(EC) 대사, 한국수출입은행장, 효성 대표이사, 한국경제연구원장 등 정부.민간 분야의 중책을 두루 역임했다.

이승만 정부 시절에는 물가안정 등 경제안정 15원칙을 관철하는 등 훗날 안정을 통한 성장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미합동위원회의 한국 측 경제조정관을 맡아 미국 경제원조의 창구 역할을 한 게 평생 한.미 친선 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요즘도 효성 고문, 전경련 원로자문위원, 국제로터리 이사 등 바쁜 공식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카랑카랑한 말투에 논리정연함도 여전했다.

건강 비결을 물었더니 "마음을 편하게 먹고 욕심 내지 않는 것, 남을 돕겠다는 자세로 사는 것"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주변의 한 인사는 "보수도 없는 한미협회장과 능률협회장을 각각 21년, 18년씩 맡은 것도 봉사하려는 마음이 없었으면 가능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유일한 운동 취미는 매주 한번씩 원로 인사들과 골프치는 것. 가족은 아내와 1남 4녀다. 동갑인 아내 최연순 여사와 네 딸이 모두 경기여고를 나와 동창회에서 '다섯모녀상'을 타기도 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이 사위다.

사단법인 한미협회는 63년 설립된 국내 최고(最古)의 한.미 민간 친선단체로 400여 개인.법인이 회원이다. 전경련.한국무역협회와 대기업들, 남덕우 전 국무총리, 김상하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각계 원로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미우호상의 첫 수상자는 올 초 작고한 원일한 연세대 재단이사였다. 지난해엔 한국전 휴전협정 50주년을 기념해 백선엽 장군과 고 제임스 밴프리트 장군을 공동 수상자로 뽑았다.

시상식은 11일 오후 6시30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정례 '한.미 친선의 밤'행사에서 거행된다.

글=홍승일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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