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요순위 프로그램 없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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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KBS가 '뮤직뱅크' (제2TV)를 일반 가요프로로 탈바꿈하기로 함으로써 말썽많은 가요순위 프로를 없애기로 한 것은 극히 바람직한 결정이다.

사실 지금과 같은 지상파 방송의 가요순위 프로그램은 1980년 KBS의 '가요 톱 10' 프로그램이 뿌리가 된 것인 만큼 KBS의 이번 방침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의미도 있는 셈이다.

그간 '뮤직뱅크' '생방송 음악캠프' (MBC), '생방송 인기가요'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의 가요순위 프로그램들은 9% 내외의 낮은 시청률과 달리 음반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공정성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들은 음반 판매량, 방송 횟수, 전화자동응답시스템에 의한 팬 투표, 인터넷 집계, 심사위원단 투표, 거리투표 등 여러 방법을 종합해 순위를 매기고 있지만 불투명한 음반시장과 10대 팬들의 과열반응으로 애당초 공정성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더욱이 오락프로그램에 인기가수들을 출연시키고자 하는 방송사의 편의와 가요순위 1위를 하면 음반이 더 많이 팔리는 기획사의 실질 이익이 맞물리면서 공정성 시비는 날로 증폭돼 가는 추세다.

이런 순위 매기기가 가수의 PD종속화를 부를 소지도 있다. 오죽하면 대중음악 개혁을 위한 연대모임이 방송위원회에 시청자 불만으로 '방송 3사 가요순위 프로그램의 문제점' 을 제기했겠는가. 우리 가요의 발전을 목표로 삼는 방송프로그램이 오히려 가요계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면 잘못된 것이다.

미국.프랑스.독일 등 선진 외국에는 가요순위 프로그램이 없다. 일본의 경우도 일부 민영 방송만이 순위를 매기는 정도임을 상기할 때 KBS의 이번 결정은 늦은 감은 있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공영방송인 MBC는 물론 SBS도 가요순위 프로그램의 잡음을 불식하려는 사회적 노력에 동참해 하루빨리 가요순위 프로를 폐지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새 가요 프로그램은 특정 스타 위주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실력파 뮤지션들이 시청자와 즐겁게 만나는 장(場)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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