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승엽 풀죽은 방망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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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탈삼진 2위(92개), 후반기 세경기 12타수 1안타(0.083).

어느 보잘 것 없는 타자의 성적표가 아니다. '라이언 킹' 이승엽(삼성.사진)의 최근 타격 성적이다. 이선수가 극심한 부진 속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대전 한화전에서 이선수는 급기야 6번 타자로 기용됐다.

1995년 프로 데뷔 첫해 간간이 하위타선에 기용된 적은 있었으나 이후 붙박이 3, 4번 타자로만 타석에 들어섰던 이선수로서는 충격적인 타순이었다.

'코끼리' 김응룡 감독은 "이름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맞히지 못한다면 선발에서 뺄 수도 있다" 며 이승엽이라고 특별대우를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선수는 지난 11일 이후 홈런포도 침묵 중이다. 라이벌 호세(롯데)가 홈런을 터뜨리지 않아 다행히(□) 공동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나 거포로서의 카리스마는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시즌 타율은 0.284로 타격 20위 안에도 속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럴까. 삼성 박흥식 타격 코치는 "이승엽은 천성적으로 내성적이라 스트레스에 약한 편" 이라고 말한다.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쳤고 휴식기간에도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 이선수는 후반기 잔뜩 기대에 차 있었다고 박코치는 전했다.

그러나 막상 후반기 첫 경기에서 3연속 삼진을 당하자 이내 풀이 죽었다는 것이다.

올 시즌 초에도 외다리 타법으로 홍역을 치렀던 것처럼 이선수는 한두차례 안타를 못치면 이를 단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심각한 슬럼프로 받아들여 전체적인 타격 밸런스에 혼란을 빚는다는 것이다.

이선수의 부진은 그 자신이나 팀만의 문제가 아니다. 99년 54개의 홈런을 쳐내며 '국민 타자' 로 불렸던 그가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다면 국내 프로야구의 재도약마저 힘겹게 된다.

박코치는 "이승엽이 화려한 스타가 아닌 진정한 강타자로 꾸준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기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잘 치겠다는 욕심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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