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 챔피언 ‘칭기즈칸’ 분장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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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2월 폭행사건으로 일본 스모계를 떠난 몽골 출신 역사 아사쇼류(朝靑龍·29·사진)가 은퇴 뒤 영화배우로 첫 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품위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스모 선수로서의 마지막 명예인 은퇴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스포츠닛폰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요코즈나(<6A2A>綱·스모선수의 최고등급=챔피언) 아사쇼류는 프랑스인 감독이 촬영하는 영화에 주인공 칭기즈칸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아사쇼류는 7월부터 1년간 몽골과 해외 각지에서 촬영하게 된다. 은퇴 뒤 격투기와 몽골 정계진출, 사업가로 새 인생을 시작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으나 아사쇼류의 첫 행보는 영화계 진출이 될 전망이다. 그는 현역 스모선수 시절에도 환타 등 기업체 광고는 물론, 방송에서 익살스런 표정과 말투로 화제를 모았다.

아사쇼류는 2월 은퇴를 선언한 뒤 고향인 몽골로 돌아갔다. 스모 규칙상 5년간 요코즈나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지만 아사쇼류는 일본 국적을 갖고 있지 않아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가족이 경영하는 ‘ASA그룹’의 대표에 취임하는가 하면 몽골의 사회복지사업에 관심을 나타내는 등 정계 진출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가 선수시절 몽골의 정치인이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활발히 접촉해온 점을 보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지난해 몽골의 최고 영예인 ‘노동영웅’ 칭호를 받은 그가 총선에 출마할 경우 국회의원 당선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2008년 총선에선 아사쇼류의 친형이 울란바토르 시의회 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1999년 일본 스모에 진출해 2003년 요코즈나에 오른 아사쇼류는 669승 173패 76 무승부의 전적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꾀병사건과 폭행, 요코즈나로서 단정치 못한 품행 등으로 연이어 구설에 올랐다. 결국엔 1월 술자리에서 지인을 폭행한 사건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전직 요코즈나로서 그에게 남은 스모계 마지막 행사는 10월 3일 료코쿠(両國)국기관에서 예정된 은퇴경기다. 그러나 폭행사건이 형사 사건으로 길어질 경우 일본스모협회가 국기관 사용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말 도쿄에서 열린 한 이벤트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가 불참, 1500만엔(약 1억8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중이다. 한 달 만인 12일 일본을 다시 찾은 아사쇼류는 도쿄의 자택에 머물며 재판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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