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나 … 한심한 선거판 선심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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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이 경쟁적으로 인기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야 5당이 초·중학생 전원 무상(無償)급식을 선거 쟁점으로 삼은 데 이어 한나라당도 연일 ‘친(親) 서민정책’을 내놓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여야 정치권이 남발한 인기영합적 선심성 정책의 재정부담이 "대충 추계해도 6조원”이라고 말했다. 이러다 포퓰리즘 경쟁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공약은 야당의 무상급식에 대응해 현재 13%인 무상급식 비율을 2012년까지 26.4%로 늘리고, 서민·중산층 취학 전 아동 보육·유치원비를 전액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을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늘리고, 근로자 대중교통비 소득공제를 추진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한 달 새 네 차례에 걸쳐 9가지나 선심성 공약을 내놨다.

물론 그중에는 공감이 가는 대목도 없지 않다. 복지정책의 발전이 선거 제도에 힘입어 발전해온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 ‘걱정 없다’고 큰소리만 쳤지 무슨 돈으로, 무엇을 희생시키고 하겠다는 것인지는 언급이 없다. 평소에는 무엇을 하다 선거 때만 되면 이런 정책을 한꺼번에 쏟아내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야당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집권 여당마저 포퓰리즘 경쟁에 나선 것은 국정 운영을 맡고 있는 정당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평소에 외면했던 소외시설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행태가 관행처럼 반복돼 왔다. 선심성 공약도 마찬가지다. 겉모양만 달랐지 과거 고무신·막걸리 선거와 다를 바 없다. 결국은 국민의 지갑을 더 많이 털겠다는 소리다. 재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공약(空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공돈처럼 선심 쓰는 것은 위선이다.

더군다나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과 의원을 뽑는 선거에 중앙당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자치제의 근본 정신에도 맞지 않다. 지방선거라면 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을 위해 추진할 정책을 내놓고 경쟁하는 것이 옳다. 설령 중앙당이 정책을 발표하더라도 최소한 재원 마련 방안은 함께 내놓는 것이 책임 있는 정당의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