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우호조약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정상회담은 21세기 러.중 양국의 상호관계를 규정하는 큰틀을 정립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에 체결된 '러.중 선린우호 협력조약' 은 1950년 마오쩌둥(毛澤東)과 스탈린 사이에 체결됐던 '우호 협력조약' 을 대체하는 것이다.

옛 조약은 60년대 이후 중.소 국경 충돌과 이념분쟁 등으로 관계가 악화되면서 사문화됐다가 96년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한 뒤 이번에 '신조약' 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양국은 이번에 ▶항구적 우호관계를 유지하고▶(미국의)일방주의를 배격하며▶상호간에 적대적인 행동을 삼가며▶(이슬람원리주의 세력 등)외부의 적대적 행동에 공동 대처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상호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해 80억달러 수준이던 양국의 교역량이 올해엔 1백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어서 지속적인 경제협력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은 특히 러시아로부터 '대만은 분리할 수 없는 중국의 일부분' 이란 사실을 재확인받은 점을 소득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양측은 미국의 MD 체제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조약은 상호 군사동맹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했지만 유사시의 안보위협에 공동대응한다는 점도 분명히 해 양국간의 강한 유대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이번 신조약 체결에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서로간에 적대적 관계에 돌입해서는 안된다는 상호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20년간 지속해온 개혁.개방을 계속해야 하고,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 지도 아래 정치체제 안정과 경제발전에 치중해야 하는 민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약은 내년 말 중국의 원로급 지도자들이 대거 퇴진한 이후에도 러시아와 중국 양국 지도부가 우호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 이라고 평가했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