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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150> 럭셔리 브랜드 로고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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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브랜드 로고에는 보이지 않는 입이 있다. 그 브랜드를 걸친 인물의 재력과 취향, 심지어 심미안까지 보여주는 ‘복화술사의 입’이다. 어느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은 남들이 버린 럭셔리 브랜드의 쇼핑백을 줍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다. 명품백 대신 명품 로고가 새겨진 쇼핑백이라도 들어 자신을 과대포장하려는 심리다. 브랜드는 여자들의 그런 허영심을 파고든다. 언제부터 ‘더블C’(샤넬)는 여성들의 로망이 된 걸까. 이미 럭셔리의 대명사가 된 명품 브랜드와 한창 발돋움하고 있는 신흥 브랜드들의 로고와 상징을 파헤쳐 봤다.

이진주 기자

이니셜이 곧 브랜드

최고의 브랜드는 자신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 대개 두 자에서 넉 자에 이르는 브랜드 이름의 머리글자를 로고로 쓴다.

1 샤넬 CHANEL

샤넬의 ‘더블C’는 창업자 가브리엘 샤넬의 애칭 ‘코코(Coco)’에서 왔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에 보았던, 보육원 달빛에 비친 창문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문양은 1955년 퀼팅 핸드백의 잠금 장치로 쓰이면서 샤넬을 상징하기 시작했다. 완벽주의자로 통했던 샤넬은 가장 완전한 도형인 원(우주)과 흰색·검은색(수녀복)에 천착했다. C자는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형했고, 거울상으로 비친 두 개의 C는 서로 고리를 이루며 맞물리게 했다. 두 개의 C 사이에는 우주를 상징한다는 타원이 숨어 있다.

샤넬은 도형(원), 숫자(생일인 19), 동물(별자리인 사자), 식물(동백꽃), 우주(혜성)에 이르는 다양한 행운 아이콘을 믿었다. 특히 동백꽃은 샤넬이 좋아하는 원에 가까운 꽃이자 애인인 ‘보이’ 카펠에게서 처음 받은 선물이었다. 향기가 없다는 점에서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은 자신의 처지와도 유사하다고 여겼다.

2 까르띠에 Cartier

까르띠에의 ‘더블C’는 창업자 루이 프랑수아 카르티에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1846년 고안된 초기 로고는 이니셜 L과 C 사이에 하트가 숨어 있는 형태였다. 더블C 로고는 1910년 뉴욕 지사에서 개발했다. 처음에는 샤넬처럼 좌우로 통통한 디자인이었다. 세로로 날렵해져 타원형 각인에 둘러싸이게 된 것은 1970년부터다. 샤넬이 보름달에 가까운 C라면, 까르띠에의 C는 초승달이나 그믐달에 가깝다. C자 위아래로 ‘꺾음’을 넣고, 가운데 곡선 부분에 돌기를 만들어 장식적인 효과를 냈다. ‘아르데코’ 양식이다.

3 펜디 FENDI

펜디는 처음엔 모피 브랜드였다. 두 개의 F가 맞물려 직사각형을 이루는 로고는 1965년 독일 출신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했다. 더블F는 펜디라는 가문의 성과 브랜드의 근원인 ‘모피(Fur)’를 의미한다. 크고 넓은 더블F는 ‘주카(Zucca)’, 미니어처는 ‘주키노(Zucchino)’라고 부른다.

4 루이비통 LOUIS VUITTON

모조품이 양산된 루이비통의 ‘모노그램’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모조품 생산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1896년 창업주 루이 뷔통의 아들 조르주 뷔통이 아버지의 이니셜 LV와 당대 유행하던 일본풍에서 영향받은 네 잎의 꽃과 별을 넣어 고안했다. 오늘날에는 하이 주얼리 제품에도 ‘LV컷’을 적용하고 있다.

5 이브 생로랑 Yves Saint Laurent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은 1961년 그래픽 디자이너 아돌프 무롱이 도안한 이니셜 YSL을 내놓았다. 이를 고안한 무롱의 애칭을 따서 ‘카산드라’라고 불린다. 가늘고 고급스러운 선으로 이루어져 오트쿠튀르 의상을 떠오르게 한다.

6 겔랑 GUERLAIN

겔랑은 1828년 피에르 겔랑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향수에서 유래한 명품 화장품 브랜드다. ‘대문자 G’를 활용한 구찌(GUCCI)·지방시(GIVENCHY)와 달리 고전적인 필체로 쓰인 ‘소문자 G’ 두 개를 덩굴이 얽히듯 겹치게 디자인했다. 꽃이 피어 있는 모습, 혹은 여인이 팔로 다리를 감싸안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7 바비 브라운 BOBBI BROWN

1991년 메이크업 아티스트 바비 브라운은 스킨케어 라인에 자신의 이니셜B를 방패 모양으로 둘러싼 문장을 새겨 넣었다. 문장은 전통적으로 방패와 투구, 크레스트(닭 벼슬 모양의 상부 장식물)와 맨틀링(휘장처럼 늘어지는 식물), 서포터(방패 옆에 서 있는 형상)로 이뤄진다. 바비는 방패와 왕관, 앞발을 든 사자처럼 늘어진 잎을 배치해 이런 전통을 따랐다. 현대의 명품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반영했다는 평이다. MCMXCI는 1991년을 의미한다.

기하학과 왕관

도형과 기호는 기술의 완성이나 완벽한 품질을 뜻한다. 최고의 품질이란 뜻에서 아예 왕관을 내세우는 브랜드도 있다.

8 몽블랑 MONTBLANC

까만 원을 바탕으로 한 하얀 육각별 모양의 로고는 ‘화이트 스타’라고 불린다. 1909년 브랜드 이름을 ‘심플로 필러 펜’에서 ‘몽블랑’으로 바꾸면서 산 정상의 만년설을 형상화했다. 녹지 않는 눈처럼 불멸하는 가치, 즉 최상의 품질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펜촉에는 몽블랑 최고봉의 해발고도인 ‘4810’이 각인돼 있다.

9 오메가 OMEGA

1848년 시작된 시계상 루이스 브란트의 공방은 1894년 당대 최고의 장인 프랑수아 슈빌레가 발명한 부품 덕분에 명성을 얻었다. 그 뒤 ‘기술의 완성’이라는 의미로 그리스 문자의 마지막 자음 ‘오메가’를 브랜드와 로고로 채택했다.

10 롤렉스 Rolex

1905년 탄생한 롤렉스는 황금 왕관을 로고로 쓴다. 왕관의 길쭉한 다섯 모가 장인의 손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공인된 해석은 아니다.


말과 백조 그리고 개

말은 태생부터 귀족적인 삶의 방식과 관련돼 있다. 힘과 생명력, 아름다움을 뜻한다. 충성스러운 개(그레이하운드종)와 힘과 권력을 지닌 사자도 문장에 자주 등장한다. 오늘날에는 백조나 스코티시테리어종의 개 등 부드러운 이미지의 동물이 쓰인다.

11 에르메스 HERMES

에르메스는 왕과 귀족의 승마용품 브랜드였다. 사륜마차 ‘뒤크’와 말, 마부가 그려진 에르메스의 로고 ‘칼레쉬’는 19세기 프랑스 화가 알프레드 드 드뢰가 만든 석판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창시자 티에리 에르메스의 손자 에밀-모리스는 1945년 이를 트레이드 마크로 삼았다. 서식이나 우편물에 사용하는 원형 로고에는 이니셜 ‘H’ 위에 칼레쉬가 있고, 좌우로 2개의 날개 달린 지팡이(카두세우스)가 그려져 있다. 창시자의 이름이 신화 속 ‘전령’ 에르메스와 일치하는 데서 착안했다. 에르메스는 천마 ‘페가수스’를 타고 다니며, 카두세우스로 상대방을 잠재웠다. 지팡이를 휘감은 두 마리의 뱀은 지혜와 의학을 뜻한다.

12 에트로 ETRO

정식 로고는 페가수스다. 그러나 직물의 패턴 자체가 더 강력한 상징이 됐다. 올챙이를 연상시키는 에트로의 페이즐리 문양은 식물성이다. 15세기 페르시아인들이 캐시미어에 짜 넣었던 망고 무늬에서 유래했다. ‘신의 과일’이라 불린 망고는 사랑과 풍요를 뜻한다.

한편, 버버리(Burberry)는 ‘프로섬(라틴어로 ‘전진’)’이라고 쓰인 깃발을 든 말 탄 기사, 랄프 로렌(Ralph Lauren)은 폴로 선수를 각각 로고에 내세웠다. 페레가모(Salvatore Ferragamo)는 옛날 ‘농협’ 마크를 연상시키는 말 편자 모양 ‘간치니’ 또는 ‘더블 간치니’를 활용한다. 구찌는 말 재갈 모양의 ‘호스빗’으로 제품을 장식한다.

13 스와로브스키 Swarovski

스와로브스키는 원래 본고장 오스트리아의 알프스 산악지역에서 피는 꽃인 에델바이스를 로고로 사용했다. 그러다 1989년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백조로 바꿨다. 오스트리아 크리스털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주얼리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또, 이탈리아의 여행용 가방 만다리나 덕(Mandarina Duck)은 희귀종 오리를 브랜드명과 로고로 쓴다. 방수 기능을 가진 화려한 오리 깃털이 제품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14 쥬시 쿠튀르 JUICY COUTURE

트레이닝복 쥬시 쿠튀르에는 방패와 왕관, 스코티시테리어가 그려진 문장이 등장한다. 창시자 젤라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신으로 록그룹 ‘듀란듀란’의 영국인 기타리스트 존 테일러와 결혼했다. 브랜드 이름에는 미국적인 발랄함(주시)과 영국적인 귀족문화(쿠튀르)를 반영했다.


월계수와 난초·장미

식물과 꽃도 상징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특히 뷰티 브랜드에서는 장미가 절대적인 상징 지위를 차지한다.

15 MCM

MCM은 월계수와 이니셜M으로 독수리를 형상화했다. 월계수는 명예로운 승리를 뜻한다. MCM은 ‘모드 크리에이션 뮌헨’의 이니셜로, 로마숫자 표기법으로 1900년을 뜻한다. 기차와 여객선이 보급되고 여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시대를 추억하며 당대의 모험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다.

16 시슬리 SISLEY

화장품 브랜드인 시슬리는 오키드(난초)를 상징으로 삼고 있다. 1976년 위베르 도르나노와 이자벨 도르나노 부부가 브랜드를 출범할 때부터 사용했다. 난초는 귀족적인 이미지의 꽃으로, 완벽한 아름다움과 세련미를 상징한다. 식물에서 주원료를 추출하는 브랜드 컨셉트와도 잘 맞는다는 평을 듣고 있다.

17 랑콤 LANCOME

랑콤의 황금 장미는 완벽한 아름다움과 사랑의 상징이다. 창업자 아르망 프티장이 가장 좋아한 꽃이기도 하다. 1961년 아르망의 아들이 브랜드를 이어받으며 로고로 채택했다. 서브 상징은 연꽃과 천사로, 천상의 아름다움을 뜻한다. 디자이너 브랜드 안나수이(ANNA SUI)의 상징도 장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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