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만 옆에 있으면 마냥 좋다는 이 소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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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3일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무대에 오르는 서울예고 1학년 김정은(16·사진)양. 올해로 21주년을 맞은 교향악축제의 사상 최연소 출연자다. 교향악 축제는 전국 20여 개의 오케스트라가 협연자와 함께 릴레이 연주를 하는 시리즈. 김양은 13일 대전시향과 쇼팽의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김양은 지난해 ‘제1회 예술의전당 음악영재 캠프 &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번에 협연 기회까지 얻었다. 그는 시쳇말로 ‘친구 따라’ 피아노를 배웠다. 다섯 살 때, 6년 위의 언니가 피아노 학원에서 노래를 배워오면 그도 언니를 따라 멜로디를 익혔다. 피아노는 악기보다 장난감에 가까웠다. 이후 동네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선생님이 내주는 음악을 시키는 대로 하는 대신, 혼자 멜로디를 만들어보고 반주를 붙여보는 식으로 피아노와 함께 놀았다. “멜로디를 만들고 ‘추억’ ‘결혼식’ 같은 제목을 붙여서 사람들 앞에서 치면 정말 재미있었어요.”

김양은 연주의 긴장감을 모르며 성장했다. “초등 1학년 때였어요. 예술의전당 음악영재 아카데미 시험을 보러 갔는데 대회에 참가한 친구들이 긴장한 모습이 정말 생소하더군요.”

그는 초등 4학년 때 금호아트홀에서 첫 독주회를 열었다. ‘무대 위에서 어쩌면 그렇게 환하게 웃 냐’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 요즘에는 교향곡, 영화음악까지 즐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음악으로 전달하는 순간이 정말 짜릿해요. 카라얀이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들으면 심장이 울리는 것 같죠.”

이번 연주는 김양에게 ‘성인 무대’ 데뷔 성격을 띠고 있다. “ 음악의 시대적 배경, 작곡가의 철학 등을 공부해야겠어요. 어렵게 익힌 음악일수록 무대 위 감동이 크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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