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정부 첫 미사일 요격실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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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미사일 요격실험에 대해 "총알로 총알을 맞히는 게임" 이라고 어려움을 묘사해 왔다.

14일 실험에서 요격체가 가상 핵탄두를 부숴 흰 섬광이 발생하자 태평양 콰잘레인 산호섬에 있는 요격통제실에서는 요원들이 주먹을 불끈 쥐며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 어떻게 요격했나=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모조 핵탄두를 실은 미니트맨Ⅱ가 발사된 후 군사용 첩보위성이 이를 탐지,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는 미사일 방어사령부에 급보를 알렸다.

사령부는 급히 태평양 콰잘레인 산호섬에 있는 요격통제기지에 요격명령을 내렸다. 요원들은 공격해 들어오는 미사일의 정보를 파악한 후 지하격납고에 있는 요격체에 비행정보를 입력했다.

요격체를 실은 미사일이 공중으로 치솟았고 8분 후 자체 추진.탐지.통신시스템을 갖춘 요격체는 로켓에서 분리돼 목표미사일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곤 '충돌 성공' 이었다.

1년 전에 실시된 3차실험은 요격체가 추진로켓에서 분리되지 않아 실패했으며 빌 클린턴 대통령은 미사일방어 계획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했다.

◇ 가속화될 미사일방어(MD)=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실험 전 결과와 상관없이 앞으로 요격실험을 강화할 것이라고 천명했었다.

비판자들은 "고난도 요격기술이 개발되지 않아 미사일방어는 무리" 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험 성공으로 부시 행정부는 어느 정도 이를 반박할 근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정부의 목표는 2004년까지는 알래스카 기지에 지상발사 요격미사일을 저장해놓는 기초적인 미사일 방어망을 설치한다는 것.

부시 정부는 2002년 예산에 연구와 실험을 위해 83억달러를 요청해 놓고 있는데 이는 올해 미사일 방어예산보다 30억달러가 많은 것이다. 이번 실험에는 1억달러가 들었다.

국방부는 향후 18개월 동안 4~6차례의 추가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기술적인 문제들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부시 정부는 정치.외교적 난제를 풀어야 한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13일 "알래스카 기지에 요격미사일 지하 격납고를 건설하는 계획을 미국이 강행하면 이는 미사일방어를 금지하고 있는 1972년 탄도미사일요격(ABM)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며 새로운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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