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씨 고향 영양 두들마을 '문학연구소' 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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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내 고향은 분명 영양군 석보면 원리동이지만 불행히도 그곳에서 태어나는 인연을 갖지 못했다. "

요즘 논쟁의 한복판에 선 소설가 이문열(李文烈.53)씨가 자신의 산문에서 밝힌 고백이다. 그 아쉬움을 털어버리듯 그의 고향 원리동 두들마을에 광산(匡山)문학연구소가 문을 연 지 두달째를 맞았다.

고풍스런 와가가 들어앉은 산골을 올라가면 아직 나무냄새가 나는 큼직한 대문이 방문객을 맞는다. 연구소는 대지 7백50평, 건평 1백25평의 한옥으로 영양군이 4억을 지원하고 李씨가 사재(私財) 7억원을 들여 지었다. '광산' 이란 명칭은 고향 뒷산인 '광려산' 에서 따온 것.

두들마을은 재령 李씨 집성촌으로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변경' 등의 배경이기도 하다. 영양군은 1999년 '이문열 기념관' 을 세우려고 했지만 李씨가 "문단 선배들이 많은데 도리가 아니다" 며 고사해 연구소가 됐다. 널찍한 대청마루,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연못이 보이는 정자와 후학을 위한 학사채와 강당이 마련돼 있다.

현재 연구소에는 李씨가 경기 이천에서 운영중인 부악문원의 제자 3명이 수학중이다. 李씨도 동료 문인 등과 함께 거의 주말마다 이곳에서 보낸다. 깊은 산골이라 평일에는 거의 찾는 이가 없지만 휴일이면 학생 등 방문객 수십명이 찾아온다.

지난 달부터 학사채에서 숙식하며 소설을 습작하고 있는 최종우(29)씨는 "문학이나 한옥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며 "주말 李선생님이 계실 때는 사랑채에서 차 한잔을 나눌 수 있다" 고 말했다.

14일과 15일엔 대구경북지역 문학동호인 모임인 '반월문학회' 가 이곳에서 독자 30여명을 대상으로 '이문열과 함께 하는 여름 소설교실' 을 연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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