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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국정쇄신' 잠복기…DJ 유보 뜻 비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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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2일 당내 소장파들의 국정쇄신 요구를 당분간 유보할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 최고위원 회의에서다.

金대통령은 회의 말미에 "국정에 중요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필요한 게 있으면 그 때 가서 논의하자" 고 말했다. 정국의 최대 현안인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와 언론사 세무조사 등을 언급한 뒤였다.

金대통령은 또 "지금은 국가적으로나 당의 입장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 라며 "상시개혁체제와 수출에 전심전력을 다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당내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풍(整風)운동' 의 핵심에 서 있었던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과 개혁성향이 강한 김근태 최고위원도 침묵을 지켰다고 한다. 鄭위원측은 "때로는 침묵이 필요할 때도 있다" 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정풍파 의원들에게 상황논리를 앞세워 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 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3일 국정쇄신 방안을 밝힐 기자회견을 약속했다가 극심한 가뭄피해를 이유로 연기한 이래 발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金대통령은 특히 국정쇄신의 핵심인 인적개편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내 권력구도에서 '빅3' 라고 할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와 김중권(金重權)당대표.한광옥(韓光玉)청와대비서실장의 거취문제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의 마지막 인사개편을 한다는 각오로 장고(長考) 중인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을 막고 경제개혁.언론사 세무조사 등 국정현안을 마무리할 팀워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진은 당정개편 시기와 관련, "金대통령이 이달 말 여름휴가를 다녀온 뒤 가닥을 잡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8.15를 전후한 당정개편' 방안이 힘을 얻고 있다.

金대통령의 이런 의중은 여권 핵심을 통해 정풍 소장파들에게도 물밑으로 전달됐다고 한다. 이들은 "언론사 세무조사 등으로 여야 대치가 첨예해 일단 金대통령의 결단을 지켜본다" 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벌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양수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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