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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한파…언론사 '추운 여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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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언론사 입장에서 올 여름은 한겨울이다.

세무조사 결과 수억~수백억원을 내야 하지만 조달할 방법이 마땅찮다. 게다가 경기가 나빠 광고 매출도 시원찮다. 비상대책으로 일부 언론사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언론계에 '제2의 IMF' 상황이 닥치고 있는 것이다.

◇ 자금 상황 나빠져=세금 추징금과 공정거래위 과징금을 수월하게 납부할 수 있는 언론사는 거의 없다. 18억원을 추징당한 경향신문은 "다른 언론사보다 적은 금액이지만 신문사 사정으로 감당하기에 쉽지 않은 규모" 라고 지면을 통해 밝혔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여의치 않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언론사가 대출신청을 하면 안 빌려줄 이유는 없다. 다만 재무상태.차입금 규모 등을 꼼꼼히 따져 대출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는지 심사해야 한다" 고 밝혔다. 언론사라 해서 특별히 편의를 봐주거나 반대로 불이익을 주지 않고 하나의 기업으로 간주, 엄격하게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프리미엄은 기대하기 어렵다.

언론사로서는 대출금 상환 기한을 연장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처럼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일부 신문사는 법인 명의의 부동산은 물론 사주 소유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광고 사정도 좋지 않다.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30%씩 떨어졌다. 여기에다 휴가철인 7월부터 광고 하한기에 접어들어 매출액이 지난달보다 15%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광고물량이 부족해 신문.방송들이 조만간 지면과 광고 시간을 줄일 예정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올해의 광고 매출액은 지난해의 80% 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작은 신문.방송일수록 어려움이 클 것" 이라고 분석했다.

MBC 고위관계자는 "디지털 전환과 위성방송 준비에 많은 돈을 써 보유자금이 바닥난 상태" 라고 밝혔다. KBS 등 지상파 방송들도 "자금 여력이 없어 은행에서 돈을 빌릴 계획" 이라고 말했다.

◇ 다시 시작되는 구조조정=경영이 어렵자 일부 언론사는 인원을 줄이고 임금을 깎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추징금 납부기일이 닥쳐오고 자금사정이 더 나빠지면 긴축경영을 하는 언론사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겨레신문 노사는 상여금을 6백%에서 3백%로 줄이기로 최근 합의했다. 특히 부장 이상 간부들은 2백50%로 더 많이 깎였다. 한겨레의 올해 적자액은 이미 25억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조선도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작국.사업본부 등을 폐지키로 했다. 직원의 10%인 30~40명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가 상황에 편승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며 반발하고 있다.

경영이 불안해지면서 대부분의 언론사가 임금.단체협상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중앙 일간지의 한 노조 간부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 협상 이야기를 꺼낼 분위기가 아니다. 당분간 사태 추이를 지켜볼 생각" 이라고 밝혔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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