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결정'이후 향토소주 판매량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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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업자인 나모(40.대전시 서구 월평동)씨에겐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지난달 21일 이후 한가지 습관이 생겼다.

그는 업무가 끝나면 동료 중개업자 2~3명과 거의 날마다 사무실 근처 음식점에 가서 소주 3~4병을 나눠 마신다. 대화주제는 수도이전 위헌결정이다. 그는 종전에는 겨우 1주일에 한두차례 술을 마셨다. 그가 즐겨먹는 소주는 지역기업 선양의 새찬소주다.

그는 "헌재 결정이후 부동산 거래가 완전히 끊겨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며 "술이라도 마셔야 답답한 속이 풀린다"고 말했다.

수도이전 위헌 결정이후 충청권에 본사를 둔 지역 소주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

대전의 선양주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1주일간 '새찬'소주 판매량이 142만3400병(360㎖)으로 바로 직전 1주일(15~21일)의 112만5000병에 비해 26.5%나 늘었다. 반면 대전지역 진로소주 판매량은 헌재 결정 이전과 이후 1주일간 각각 100여만병을 기록, 차이가 없었다.

충북 향토기업인 충북소주의 하루 판매량도 헌재결정이후 10만5000여병으로 5~6% 늘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역 소주소비가 늘은 것은 우선 헌재 결정에 따른 충격과 허탈감을 술로 달래는 주민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도이전 무산에 대한 반발심리로 이왕이면 지역 소주를 마시자는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게 주류업계의 분석이다.

선양주조 이명규 홍보팀장은 "경기침체속에 소주 소비량이 느는 것은 위헌결정이 결정적인 요인"이라며 "기본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은 데다 전국소주인 진로보다 향토소주인 선양을 팔아주자는 주민들이 많은 것같다"고 설명했다.

선양은 이같은 여세를 몰아 현재 42%인 충청지역 시장점유율을 연말까지 50%대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청주 C주류 도매회사 임성규대표도 "주민들이 헌재결정이후 충청민이 뭉쳐야 한다는 민심이 돌면서 향토술을 찾는 것같다"고 진단했다. 이 회사는 위헌 결정을 반대하고 향토소주 소비를 부탁하는 판촉활동에 들어갔다.

김영진(33.자영업)씨도 "헌재판결이후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 발동, 애용하는 술을 선양으로 바꿨다"고 털어놓았다.

안남영.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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