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회복 땐 팔고, 고점 돌파하면 되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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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닮았다. 2006년 말에서 2007년 상반기 사이와 요즘의 주식과 펀드 시장이 그렇다. 빠졌던 주가지수가 회복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환매의 물결이 이어지고, 반대로 외국인들은 ‘바이 코리아’를 하는 모습이 판박이처럼 빼다 박았다.

2006년 5월 1450선을 오르내리던 코스피 지수는 6월 들어 급락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 때문이었다. 그게 6월 7일이었다. 그달 13일엔 1203.86까지 빠졌다.

지수는 천천히 회복됐다. 연말께 다시 1400선에 다가섰다. 그러자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섰다. 그해 12월 21일 하루에만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9232억원이 빠져나갔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역대 최고 순유출 기록이다.

유출은 이듬해 4월까지 이어졌다. 4월엔 2조8866억원이 빠져나갔다. 그런데도 코스피지수는 슬금슬금 올랐다. 2007년 5월 하순엔 1540포인트 선까지 상승했다. 그해 4월에만 유가증권 시장에서 2조7416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의 힘이었다. 지수가 오르자 다시 펀드에 자금이 몰려들었다. 2007년 6월 3조5367억원이 들어왔다.

지금 시장은 당시 자금이 빠지던 때와 똑같다. 지수가 1700선을 회복하면서 대량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5일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조8301억원이 빠져나갔다. 돈이 빠지는데도 외국인의 힘으로 지수는 조금씩 오르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 기업의 1·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은 올 하반기에 주가가 1800~190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3년 전처럼 펀드 자금의 썰물이 다시 밀물로 바뀔까. 삼성증권 박승진 연구원은 “금리가 낮아 돈이 갈 곳을 못 찾고 있는 만큼 지수가 1800을 넘어서면 환매는 줄어들면서 돈이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방은 아니더라도 하반기께는 펀드 환매 우려가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대량 환매가 시작되고 약 5개월 뒤 자금이 다시 흘러들어온 3년 전과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주가 상승에 가속도가 붙게 되면 뒤늦게 지수에 편승하려고 뛰어드는 자금도 늘어 2007년처럼 대량 환매가 펀드 붐으로 바뀌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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