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생존 장병 전원의 표정은 침울했다. 일부는 희생된 전우들을 상기하는 듯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러나 침몰 순간의 상황에 대해선 생생히 증언했다. 이들의 증언에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발표한 1차 조사 결과로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중 상당 부분은 해소됐다고 보인다. 사건 발생 시각이 확정됐고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유력한 증언들이 공개됐다. 이제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보다 과학적이고 치밀한 조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장병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최원일 함장을 비롯한 지휘부는 비교적 침착하게 위난(危難) 상황을 지휘했고, 장병들도 의연하게 대처했음을 알 수 있다. 거센 조류 속에 동강난 함수가 표류하면서 시시각각 가라앉는 중이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천안함 장병들은 중상자까지 구조하는 등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이 취한 행동 전반에 대한 평가는 일단 유보코자 한다. 아직은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침몰된 선체가 인양되고 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가 완료된 뒤 이들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제는 무책임한 의혹 제기와 맹목적 불신을 접고 모두가 좀 더 차분해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근거 없는 논란과 지나친 정쟁(政爭)은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금은 북한을 염두에 둬야 하는 엄중한 안보위기상황이다. 지혜를 모아야 할 때 혼란만 부채질해서야 되겠는가. 군 당국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천안함이 어떤 경위로 동강나 침몰했는지, 누가 우리 해군 장병들을 희생시켰는지 한 조각 의혹도 남기지 않고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끝까지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안보 태세의 허점도 철저히 분석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제2의 천안함 사건’은 결단코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모든 국민이 확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제 실종자 중 또 한 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김태석 상사. 국민들의 가슴이 또 한차례 무너져 내렸다. 그의 명복을 빌며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