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악법도 법" 준법교육 사례는 부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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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 교육을 위해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남긴 채 독배를 마시고 죽어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사진)를 사례로 드는 것은 부적절하다. "

헌법재판소가 "현행 초.중.고교의 사회 교과서에 오류가 많다"면서 교육인적자원부에 수정 .보완을 요청한 것으로 7일 밝혀졌다. 헌재는 지난해 11월 전담팀을 구성해 1년 동안 사회교과서 총 15종 30권(교사용 지도서 포함)을 분석, 일곱 차례 회의를 통해 최종 보고서를 최근 완성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헌법을 제대로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 "소크라테스 사례는 권위주의 정권의 논리"=헌재는 "중학교 사회교과서에 소크라테스의 사례가 등장하는 것은 기본권의 양보를 요구하고, 헌법과 기본권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크라테스를 사례로 든 준법교육은 법률의 목적과 내용이 정당해야 한다는 이른바 '실질적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현행 우리 헌법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는 "앞으로 소크라테스 일화는 실질적 법치주의와 법률의 형식만을 중시하는 '형식적 법치주의'의 비교 토론을 위한 자료로 소개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또 헌재는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곤장형을 선고받은 미국 대학생을 사면시켜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사례를 '예외없는 법 집행'으로 소개한 중학교 교과서에 대해서도 수정을 요구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곤장형은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형벌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예가 아니다"라는 게 그 이유다.

◆ "법률 용어 설명도 부실"=현행 초등학교 교과서는 "행정재판은 행정기관이 한 일 때문에 개인이 해를 입었을 때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재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재는 "행정기관이 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때 그 행위를 무효로 하기 위한 재판이 행정재판"이라고 지적했다.

행정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민사재판에 해당하며, 행정재판은 행정기관의 불법적 행위 자체를 '무효' 또는 '취소'하라는 소송을 일컫는다는 것이 헌재의 설명이다.

헌재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는 '개인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자유'가 '직업 선택의 자유'인데도 '근로의 자유'로 잘못 기재돼 있고, 헌재가 가정법원 등과 같은 특수법원의 일종으로 기술돼 있었다. 헌재는 "대법원.고등법원.지방법원.가정법원 등 일반 법원과 별도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국가가 침해했는지,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등을 판정하는 곳이 헌재"라고 밝혔다.

또 일부 중학교 사회교과서가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을 '실질적 법치주의'에 부합하는 것으로 묘사한 것은 이를 위헌으로 판정한 헌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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