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헬기, 로이터 기자 사살후 "나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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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 아파치헬기 공격으로 로이터 사진기자 등이 무참히 살해되는 충격적인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고발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5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는 사진기자 일행을 발견한 두 아파치 헬기 조종사들의 대화 내용과 사살 과정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로이터는 모두 12명이 숨진 이 사건과 관련한 영상 공개를 미군측에 요청해왔으나 거부돼왔다. 위키리크스는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부 고발자로부터 영상기록을 건네 받아 암호를 풀어 사이트에 올렸다고 밝혔다.

17분짜리로 편집된 영상은 아파치 헬기들이 바그다드 거리에서 일단 무리를 발견하며 시작된다. 조종사들은 로이터 소속 기자 누르 엘딘과 운전기사인 사이드 스마흐가 둘러멘 사진기를 무기로 판단하며 사격 요청을 했다.

명령이 떨어지자 총탄과 미사일을 퍼부었다. 조종사들은 뿌연 먼지와 포연이 가라앉아 죽은 시체가 확인되자 "죽어 나자빠진 놈들 좀 봐라""나이스" 등 자신들의 사격술을 뽐내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공격받은 일행중 부상당한 한명이 기어가는 것이 보이자 "그래 무기를 들어..."라고 외친다. 교전수칙에 따라 무기를 들면 또 한 방 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을 순회하던 헬기조종사들은 부상자를 도우려는 밴이 다가오자 또 교전 요청을 한다. 이번에도 조종사들은 무차별적으로 밴을 공격했다. 안에는 어린이 2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당한 어린이들을 보며 아파치조종사들은 "전쟁터에 어린이들을 끌고오는 것은 저들의 잘 못"이라고 탓했다.

미국 국방부의 익명의 한 관계자는 이번 비디오와 비디오에 담긴 음성 등이 진짜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군 중부지역 사령부의 숀 터너 대변인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미군이 로이터 사진 기자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으며 무장반군으로 오해해 발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터너 대변인은 “무고한 사망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번 사고에 대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으며 은폐하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이터의 수석 편집장인 데이비드 쉴레징거는 동영상을 본뒤 “전장을 보도하는 데 극도의 위험을 나타내는 비극과 상징이 존재한다”며 “전쟁 저널리즘과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증거”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두 직원을 죽음에 대해 철저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요구한 상태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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