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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당] 공항 대합실서 출국 파티 눈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얼마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겪었던 일이다.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나는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출국심사를 마치고 대합실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내 옆 자리에는 네쌍의 중년 여행객들이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한 여인이 젖은 오이를 몇개 꺼내더니 약 25㎝쯤 돼보이는 과도로 깎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한 남성은 푸른 병의 소주를 꺼내 종이컵에 따라 일행에게 권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위하여, 출국을 위하여" 라고 합창한 뒤 오이를 안주삼아 잔을 비웠다. 5분에 걸친 '반짝 출국파티' 를 마치고 그들이 떠난 자리엔 소주가 흥건히 괴어 있었다.

그들은 공공장소에서 집단적으로 술을 마시고, 공공시설물을 더럽히고, 남에게 혐오스런 행동을 했다. 더욱이 과도와 같은 흉기를 갖고 출국했다. 하긴 나는 이런 소주파티를 이미 고궁에서도 여러 번 목격한 바 있다.

때와 장소에 어긋나게 술을 마시는 것은 문화민족이 할 일이 아니며, 세계화에도 역행하는 것임을 모르는 사람이 아직 많은 것 같다.

이윤희.미 LA 사우스 디트로이트가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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