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한국 사회 비판서 낸 이성용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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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회사’의 힘은 예전보다 약합니다.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할 욕구도 잃었고, 지향해갈 방향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적 컨설팅사인 베인 앤 컴퍼니의 한국지사 이성용 대표(42·사진)가 『한국을 버려라』(청림출판)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냈다. 영어 부제는 ‘Korea Discount’이다. 지난 10년간 100여개의 한국기업과 정부기관의 컨설팅을 맡은 경험을 바탕으로 왜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실제 가치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지 경제·사회적 현상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그는 한국 사회 전반에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학대에 가까운 횡포를 부리는 일, 10년간 되풀이돼온 정부의 공약, 언제나 ‘개혁 중’인 교육, 너무나 비전문적인 전문가들이 그 예다.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떠난 재미동포 출신으로 미 육사와 하버드대를 거쳤다. 이 때문에 다른 한국 비판서들처럼 외부 기준에 근거해 한국사회를 혹평하는 게 아니냐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물론 현재 미국적인 기준이 너무 많이 강요되고 있다는 말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경제의 70%를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러야 하는 일종의 비용”이라고 말했다. 현실에선 ‘한국적인 상황에선 이게 맞다’는 주장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가 요약하는 우리 사회는 ‘마음은 자본주의, 행동은 사회주의’다. 그는 “왜 한국에는 잭 웰치 같은 경영자가 나올 수 없느냐”고 묻는다. 연공서열 위주의 기업 풍토, 최고경영자를 우대하는 데 대한 거부감, 여기에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에만 급급한 ‘관리원’같은 경영자의 태도 등이 원인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그는 현실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저는 비관주의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와 경제는 유례없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문제는 지도자들이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는 겁니다. 현실을 제대로 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미봉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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