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정의 차이노믹스] 원자바오를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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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달 30일 화폐정책위원회 진용을 개편했다. 국무원의 비준을 거쳐 위원을 13명으로 늘리면서 민간위원을 1명에서 3명으로 보강했다. 중국이 상반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다.

 이번엔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저우치런(周其人·60) 원장, 샤빈(夏斌·59)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금융연구소 소장, 리다오쿠이(李稻葵·47) 칭화대 경제학과 교수가 새로 위촉됐다. 특히 위안화 절상을 주장해 온 저우 원장(UCLA)과 금리인상론을 펴온 리 교수(하버드)는 모두 미국 유학파 출신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로 민간 전문가와 시장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금융정책 결정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들여다보면 이번 개편이 당장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이른 듯싶다. ‘인민은행의 화폐정책위원회 조례’ 2조에는 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인민은행의 화폐정책을 자문하는 회의기구’라고 못 박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는 달리 직접적인 금리 결정권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민은행장이 금리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새로 임명된 한 화폐정책위원은 “인민은행은 막강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며 “금리는 당 중앙(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과 국무원이 알아서 결정한다”고 귀띔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13명의 위원에 포함된 유취안(尤權) 국무원 부비서장을 주목하라는 얘기가 들린다. 그가 ‘보이지 않는 손’처럼 국무원과 인민은행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의 발언에 미묘한 괴리가 감지될 경우 원 총리의 입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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