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이 완성된 후엔 약시 치료 효과 없어
어린이는 눈이 잘 보이지 않아도 스스로 알기 힘들다. 책을 가까이 두고 보거나 고개를 기울여 텔레비전을 보면 안과진료를 받는 게 좋다. [뉴시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완벽하게 갖춰진 시력을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니다. 눈은 소아기에 빛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신경과 뇌의 시피질·시각 경로가 성숙한다. 시력발달 과정을 거쳐 성인 시력에 도달하는 건 초등학교 1~2학년인 만 7~8세 정도. 그러나 이 중요한 시기에 시력이 정상 발달하지 못하면 이후 안경을 쓰거나 수술을 해도 시력이 좋아지지 않는 약시가 된다.
그렇다면 약시는 왜 교정되기 어려울까. 김안과병원 소아사시센터 김응수 교수는 “눈으로 전달된 시신경 신호를 분석·해석해 시각정보로 만드는 뇌의 후두엽에서 약시가 굳어져 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력이 완성된 다음에는 치료반응을 줘도 변화가 없다. 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근시나 난시와는 다르다는 것. 어리면 어릴수록 뇌의 반응이 빠르다. 발견 시점이 빨라야 하는 이유다.
100명 중 2~3명꼴로 흔한 질환
약시는 굴절이상이나 짝눈·사시·선천성 백내장 등이 원인이다. 100명 중 2~3명꼴로 발생할 만큼 흔하다. 다행히 치료가 가능한 시기에 발견하면 교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어린이가 시력검사표를 읽지 못하는 데 있다. 때문에 자녀가 약시인지 모르는 부모가 많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실명예방재단은 2000년부터 매년 3~6세 어린이 60여만 명에게 ‘어린이용 그림시력 측정표’를 보급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550만 부의 그림시력 측정표를 배포해 약 4800명의 약시 환자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어린이용 그림시력표는 숫자가 쓰여 있는 일반 시력측정표와 달리, 자동차와 비행기·물고기 등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외에도 아이의 눈을 한쪽씩 번갈아 가리고 노는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쪽을 가려 잘 안 보이는 눈으로만 보게 됐을 때 아이가 답답해 하며 눈가리개를 떼든지 눈앞의 물체를 따라보지 못하면 정밀검사를 받는 게 좋다. 평소 텔레비전을 볼 때 곁눈질을 하며 삐딱하게 보는 아이도 약시를 의심할 수 있다.
안 보이는 눈으로 보게 하는 ‘가림 치료’해야
약시는 보통 한쪽 눈에만 발생한다. 한쪽 눈의 발달이 다른 쪽보다 지연되면서 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이은석 교수는 “우리 뇌는 한쪽 눈이 잘 안 보이면, 잘 보이지 않는 눈이 읽은 시각정보는 무시하고 잘 보이는 눈으로만 인식한다”고 말했다. 시력이 더 발달해야 할 시기에 잘 보이는 눈으로만 보면 시력 발달이 더딘 쪽 눈이 좋아질 기회를 놓쳐 약시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약시는 시력이 좋은 쪽 눈을 수개월 동안 가려 못 보게 하고, 안 보이는 쪽 눈으로 억지로 보게 해 발달시키는 ‘가림 치료’를 한다. 이때 안대나 거즈 위로 안경을 써서 최대한 앞이 잘 보이도록 한다. 이 교수는 “시력이 좋아진 뒤에도 갑자기 가림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가리는 시간을 서서히 조절하면서 끝마무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반창고에 알레르기가 있어 눈가에 염증이 생기거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경우엔 정상인 눈에 맞지 않는 안경을 씌우거나 약물로 눈의 조절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잘 보이지 않도록 하는 ‘처벌 치료’를 한다.
이주연 기자
어린이 눈 검사방법
● 실선대로 자른 연습용 그림시력 측정표를 보고 한 장씩 그림의 이름을 아는지
확인하고 가르쳐 준다.
● 휴지와 반창고로 한쪽 눈을 가려 틈 사이로 보이지 않게 한다.
● 어린이와 3m 떨어져서 그림시력표를 한 장씩 보이고 무슨 그림인지 묻는다.
● 검사가 잘 안 될 경우, 몇 번 반복해 익숙해지도록 한 다음 날 다시 검사한다.
● 그림시력표(오른쪽)는 한국실명예방재단(02-718-1102, 1088)으로 문의해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