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몰래 휴대폰 쓰는 어린이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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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에 사는 양진홍(39)씨 집에 지난달 말 난데없이 통신업체 D사로부터 전화기 부가사용료 청구서가 날아왔다. 무려 11만2천9백원.

D사의 서비스를 전혀 이용한 적이 없는데 한꺼번에 몇 달치 전화요금과 맞먹는 금액이 청구된 것이다. 양씨가 D사에 알아본 결과,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N사의 인터넷 유료 게임을 하면서 이용료를 집 전화로 낸 것이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김인자(40.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씨는 더욱 황당한 경우. 지난달 휴대폰 요금청구서에 45만원이란 거액이 700서비스 이용료에 포함돼 있었다.

캐릭터를 키우는 S업체의 인터넷 게임에 빠진 아들이 학원갈 때 엄마가 쥐어준 휴대폰으로 친구들과 함께 캐릭터의 옷과 식품 등을 몰래 구입한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 유료 게임이 아이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집집마다 생각지도 않던 전화기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통신업체나 인터넷업체들이 소액 결제수단으로 전화기를 끌어들였기 때문. 아이들이 돈이 없어도 집에 있는 전화나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면 그 번호로 이용료를 청구하는 것. 또는 700서비스와 연계해 전화기만 있으면 언제라도 게임을 마음껏 즐기게 한 것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기획실 이혜숙(42)실장은 "최근 들어 인터넷 게임의 이용료 문제로 소비자상담실을 두드리는 부모들이 부쩍 늘고 있다" 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YMCA시민중계실 등 다른 소비자단체에도 상담이나 피해 구제를 요구하는 사례가 하루 10건 이상 잇따르고 있다.

이어 그는 "온라인 게임의 주고객인 청소년층이 신용카드 발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화로 유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며 "자제력이 약한 청소년에 대한 집안 단속도 필요하지만 전화기를 이용한 결제 방식에 대한 정부의 지도나 감시가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부 통신팀 박인용(39)팀장은 "법률적으로 미성년자인 아이의 계약은 부모의 동의가 없으면 취소할 수 있다" 며 "부모가 몰랐다는 것을 입증하면 대금을 내지 않거나 돌려받을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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