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퀘어 일 기업광고 간판 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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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타임스 스퀘어를 보면 일본의 경기침체를 알 수 있다. 타임스 스퀘어 광고판에서 일본 기업들의 광고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려 33년 동안이나 목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일본 최대 위스키회사인 산토리 광고도 이달 말로 철수한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광고비용을 축소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타임스 스퀘어는 세계 유수 기업들의 홍보각축장이다.

세계 금융.문화의 심장으로 관광객.시민 등 하루 10만명 이상의 유동인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광고료도 엄청 비싸다. 보통 이곳에 간판 하나를 걸려면 1년에 3백만~4백만달러를 내야 한다. 한국 기업 중에는 삼성과 LG가 1990년 중반에 진출했다.

타임스 스퀘어에서의 일본 기업 퇴장은 일본 경제의 부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게 아사히신문의 분석이다. 70년대 일본 기업의 미국 진출이 시작되면서 타임스 스퀘어 광고판을 하나 둘씩 차지했으며, 전성기인 80년대에는 일본 기업들이 전체 광고판의 60%를 '점령' 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 기업들 사이에는 타임스 스퀘어에 광고판을 거는 것이 곧 성공으로 통했다는 것.

하지만 90년대 들어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시작된 불황이 시작되고 이것이 10년 이상 지속되면서 일본 기업들의 광고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곳에서 광고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도요타.JVC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도쿄의 한 광고회사 직원은 "80년대 기세등등하던 일본 기업의 쇠락에 비애감을 느낀다" 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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