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한주호 준위 조사

중앙일보

입력

[조사]

대한민국 UDT의 살아있는 전설,
우리들의 영원한 영웅 고 한주호 준위

오늘 그가 조국의 깊고 푸른 바다를
가슴에 품고
우리 곁을 떠나려 합니다.

이 영전에 삼가 조사를 올리려 하니
애통함에 목이 메고
눈물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당신의 숭고한 삶을 바치는 오늘,
하늘과 땅과 바다가 울고,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가슴으로 울고 있습니다.

영령이시여
정녕 이렇게 잠드시렵니까?

후배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그리도 간절했기에
그 칠흑같이 검고 깊은 서해바다로
뛰어들어야만 했습니까?

차디찬 물속을 가르며 실종된 전우들의 실낱같은 숨결을 찾으러
당신은 그토록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었습니까?

진정 당신은 참된 군인의 표상이었습니다.
한평생 오직 군인을 천직으로만 알고 살아온
'한주호' 우리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당신은 그 어느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가장 강하고 충성스러운
대한민국 최고의 특전용사였습니다.

불가능은 없다
군인이 지시하면 어디든 간다라는
강한 신념으로 살아왔습니다.

항상 경험많은 내가 가야지라며
가장 힘드록 가장 위험한 곳일수록
우리보다 먼저 달려갔습니다.

이역만리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을 제압할 도
당신은 항상 앞에있었습니다.

떠나시던 마지막 그날도
자신은 돌보지도 않고
잠수하는 후배들을 하나하나 챙기시던 당신.

그토록 강한 용기와 신념을 불태우던 당신이
오늘은 왜 이렇게 한마디 말도 없이 누워계십니까

영령이시여 보이십니까
20년 동안 당신의 가슴으로 길러낸
자식같은 후배들의 저 늠름한 모습이.

영령이시여 들리십니까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실종된 전우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지금도 차디차고 칠흑같은 서해바다로
거침없이 뛰어들고 있는 저 후배들의 거친 숨소리가?

그것이 바로 우리 군인의 숙명이며
당신이 걸어온 참군인의 길입니다.

마지막 생의 한 줌까지 기꺼이 조국에 바친 바다의 영령이시여
당신의 육체는 바다에 뿌려졌지만
당신이 남긴 고결한 희생정신은
우리들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숨쉴겁니다.

당신이 보여준 살신성인의 숭고한 그 뜻은
이 나라 모든 국민이 자자손손 누릴 안녕과 번영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영령이시여
바쁘니 내일 전화할게 라던 그 짧은 한마디로
사랑하는 가족들이 어찌 당신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남겨진 우리는 또 무슨말로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오늘의 이 슬픔이
진정 영원불멸의 영광으로 승화될 수 있또록
이제 우리가 당신의 뜻을 이어갈 것입니다.
우리가 그 길을 따라갈 것입니다.

우리들의 살아있는 영웅, UDT의 전설, 故 한주호 영령이시여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우리 조국
한결같이 사랑했던 푸른 바다를지키는 일은
이젠 남은 우리들에게 맡기시고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히 잠드소서

2010년 4월 3일

장의위원장 해군대장 김성찬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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