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모비스 체력이 달랐다 KCC는 체력이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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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모비스는 끈끈한 팀 컬러로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최인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보기 드문 역전극이라고 하는데, 모비스가 했기에 이상할 게 없다. 질 때도 끝까지 따라붙어 점수를 좁히는 팀”이라고 말했다.

이런 끈끈함의 바탕에는 체력이 있다. 추일승 MBC ESPN 해설위원은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비시즌부터 선수들 체력을 확실하게 다져놓고 조직적인 농구를 한다. 그게 역전승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챔프전 화두는 바로 ‘체력’이다. 부상으로 결장하고 있는 2m21㎝의 ‘공룡센터’ 하승진(KCC)의 출전 여부보다 더 관심사다. 최인선 위원은 “하승진이 나오더라도 풀타임을 소화하기 어렵고,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체력에 울고 웃고=유재학 감독은 1차전 직후 “4쿼터 전태풍의 슛이 안 들어가는 것을 보고 ‘지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KCC 테렌스 레더는 체력이 떨어져 공을 자꾸 외곽으로 돌렸다. 모비스는 이를 놓치지 않고 역전에 성공했다.

승부처는 주전들의 체력 안배였다. 유재학 감독은 “경기 중반 양동근과 함지훈·김효범을 쉬게 한 게 뒤집을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반면 허재 감독은 “전태풍이 지쳤는데 쉬게 해줄 타이밍을 놓쳤다”고 했다. 최인선 위원은 “쉬어야 할 때 쉬게 해주는 용병술이 승부를 갈랐다”고 평가했다.

◆단기전에서 빛난 강철체력=모비스는 체력안배와 상관없이 ‘강철체력’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모비스 이도현 대리는 “시즌 개막 전 8월은 선수들의 비명소리가 나오는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모비스는 개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가 8월 합숙과 함께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시작한다. 이 대리는 “뛰어다니는 게 주훈련이다. 일주일에 4회 이상 연습경기도 병행한다. 선수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주전 경쟁에서 밀리기 싫어 이를 악물고 뛴다”고 말했다.

함지훈은 “우리보다 훈련을 덜 한 팀한테 지면 화가 날 정도”라고 말했다. 양동근은 “체력은 무조건 자신 있다”고 덧붙였다. 최인선 위원은 “잘 다져진 모비스의 조직농구에 유재학 감독의 용병술이 더해져 대역전극이 가능한 끈끈한 팀이 됐다”고 말했다.

◆독특한 일정도 체력 변수=이번 챔프전은 1차전 후 이틀을 쉬고 주말(3일 울산, 4일 전주)에 연전을 치르는 독특한 일정이다. 추일승 위원은 “일정도 체력관리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특히 KCC는 37세 노장 추승균의 체력이 변수다. 추승균은 순간적으로 구멍 난 수비를 메워내는 수비의 핵심인데 체력이 떨어지면 경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KCC로서는 체력에 큰 부담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그는 “단기전에서는 정규리그보다 두 배 이상 체력이 소모되지만 선수들은 자각을 못한다. 지도자들의 용병술에 따라 시리즈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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