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중앙일보 서울마라톤] 철의 건각들 "우승하러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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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대회 우승을 노리는 엘리트 선수들이 4일 올림픽공원에서 가볍게 달리며 몸을 풀고 있다. 왼쪽부터 후세인.키플라가트.김이용.지파.로스쿠토브. 김춘식 기자

"우승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나의 재기 무대가 될 것이다."(테스파야 지파, 에티오피아)

"생애 최고기록을 냈던 때만큼 컨디션이 좋다."(윌리엄 키플라가트, 케냐)

"전력을 다해 대회 2연패를 이루겠다."(파블 로스쿠토브, 에스토니아)

7일 서울 잠실~성남 일원에서 열리는 중앙일보 서울마라톤(약칭 중앙마라톤)에 뛸 외국인 철각들이 속속 서울에 도착했다. 대회에 출전하는 101명의 엘리트 선수 중 54명(남자 45, 여자 9명)이다.

3일과 4일 입국한 이들은 올림픽파크텔에 여장을 푼 뒤 올림픽공원 등지에서 가볍게 몸을 풀며 컨디션을 다듬었다. 5일에는 버스를 타고 코스를 답사하며 레이스 전략들을 짤 예정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에티오피아에서 온 지파다. 12세 때 고향 농촌에서 황소 뿔에 받혀 오른쪽 눈을 잃은 외눈 선수. 이번 대회 참가자 중 가장 빠른 기록(2시간6분49초.1999년)을 갖고 있다. 2001년 뉴욕 마라톤에서 코스레코드(2시간7분43초)로 우승한 뒤 "눈은 하나뿐이지만 두 다리는 멀쩡하다. 달리는 데 무슨 문제가 되나"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었다. 그는 "뉴욕 마라톤 이후 배와 다리 근육에 문제가 생겨 좋은 기록을 못 냈지만 이제 회복됐다"며 재기를 선언했다.

키플라가트는 두번째 좋은 기록(2시간6분50초)을 가진 선수다. 지난해 로테르담 마라톤에서 우승하는 등 꾸준히 2시간7분대의 기록을 내고 있다. "전략만 잘 짜면 우승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스스로의 장담처럼 강력한 우승 후보다.

지난해 중앙마라톤 우승자인 로스쿠토브는 "지난해 이 대회 우승으로 올해 아테네 올림픽에 참가하는 등 많은 경험을 쌓았다. 가장 어렵다는 올림픽과 비교하면 쉬운 코스"라면서 2연패를 노리겠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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