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백신 어쩌나 … 못 쓰게 된 10억원어치 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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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모든 나라가 남은 백신 때문에 속앓이를 한다. 지난해 여름 신종 플루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만 해도 각국은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국도 노심초사하다 10월 국내 녹십자 화순공장이 백신을 생산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여기서 약 1900만 명분, 2500만 도스를 공급받아 백신을 자급자족하는 성과를 올렸다.

정부는 녹십자 물량이 부족할 것 같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협상을 병행해야 했다. 그렇게 확보한 백신이 이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이다. 현재 녹십자 공장에서 아직 출고되지 않은 400만 도스를 포함, 약 600만~700만 도스가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도스당 7000~1만2000원이므로 약 600억원어치 이상이 남은 셈이다. 다행히 보건소와 공장에 남아 있는 것은 유효기간(1년) 내에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전염병관리과장은 “당시엔 워낙 긴급한 상황이라 정확히 수요 예측을 할 수 없었다”며 “그래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접종률이 높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확보해둔 1억5300만 도스 중 2270만 도스밖에 접종하지 못해 제약사들과 해약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배근량 과장은 “영국은 6월 남아공 월드컵 참가자 등 남반구를 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하반기에 신종 플루가 유행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만큼 남은 백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숫자로 본 신종 플루 1년

- 국내 사망자 250명

- 항바이러스제 처방 총 346만7000건

- 백신 접종한 사람 1460만3000명

- 정부 추가 예산 6270억원

※자료:질병관리본부, 3월 31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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