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나무 농가 효자 됐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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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수도권 산촌에 고로쇠나무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내방리 ‘고로쇠 마을’ 원유근(43) 작목반장은 “14년 전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처음으로 고로쇠 수액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데 올해도 고로쇠가 풍년”이라고 말했다.

신경재(72) 작목반 대표는 “수액 채취 이전만 해도 고로쇠나무는 숯과 목재 등으로 활용가치가 낮아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지만 이젠 마을의 ‘효자 나무’가 됐다”고 소개했다.

고로쇠 자생 군락지를 발견해 처음 수액 채취에 나섰던 그는 “고로쇠 수액 채취로 43개 농가가 올해도 한 달 남짓 일해 경비를 제하고도 300만원씩의 짭짤한 소득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2월 22일부터 3월 말까지 10년 이상 된 직경 30㎝ 이상의 고로쇠나무 4000여 그루에서 10만8000L의 수액을 채취했다. 올해는 강추위로 채취 시작이 예년에 비해 보름 정도 늦었다.

이 마을에서는 2005년 나무에 구멍을 뚫고 비닐봉지를 매달아 채취하던 방식에서 탈피했다. 대신 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낸 뒤 호스를 산 아래 저장고까지 연결해 채취한다. 작업의 번거로움을 없애고 수액을 위생적으로 채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저온 저장고는 3곳으로, 0도∼영하 1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4만3000L를 판매해 1억2000여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달 중순까지 나머지 6만5000L를 팔면 수입은 3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근 반장은 “올해는 일교차가 커 예년보다 단맛이 좋은 고로쇠가 생산됐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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