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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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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2008년 9월 8일, 중국 산시(山西)성 린펀(臨汾)시 샹펀(襄汾)현의 신타(新塔) 광산이 굉음 속에 무너진다. 광부 전원이 생매장되고, 광산 아래 마을 전체가 탄더미에 덮인다. 사망자 272명. 중앙 정부도 경악했다. 철저 조사를 지시한다. 1차 조사 결과는 ‘노후 시설이 빚은 단순 사고’로 나왔다. 거짓을 뒤엎은 것은 ‘노예처럼 살다 간 아들을 돌려달라’는 한 노파의 탄원서 한 장이다. 성(省) 공안부는 중앙에 보고한다. 최고 사정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가 나선다. 결국 드러난 진상에, 중국 전역은 넋을 놓는다.

‘돤보(段波) 전 린펀시 공안국 부국장 2454만7000위안(약 40억원), 저우제(周杰) 전 린펀시 부시장 274만 위안, 장진펑(張金鳳) 전 린펀시 지(吉)현 서기 357만 위안, 장더잉(張德英) 전 린펀시 시장 조리(助理) 104만 위안….’ 탄광의 인권 유린, 불법 채굴에 눈감은 대가로 관리들이 챙긴 뇌물이다. 신타 광산 광부의 하루 일당은 고작 25위안(약 4000원). 그나마 상당수는 임금 한 푼 못 받고 일하는 ‘노예 노동자’였다. 신타 참사는 사고가 아니라 인재(人災), 더 정확히는 범죄였다.

현재 중국 서남부는 사막 같다. 가뭄 탓이다. 윈난(雲南), 구이저우(貴州), 쓰촨(四川), 광시(廣西), 산시 지역의 6000만 명이 물을 찾아 헤맨다. 식수 공급이 끊긴 인구만 줄잡아 1800만 명에 달한다. 가축 1200만 두가 물 부족으로 죽어간다. 소출을 포기한 경작지는 1만1000㎢에 달한다. 심계서(審計署·감사원)는 고개를 갸웃했다. 국무원이 2006년부터 3년간 서남 지역 103개 현을 대상으로 19억 위안(약 3150억원)의 식수시설자금을 방출했기 때문이다. 즉각 감사에 들어갔다. 4억5000만 위안이 사라진 사실을 밝혀낸다. 쑨팅룽(孫廷容) 산시성 수리청 부청장은 무려 6000만 위안을 빼돌렸다. 대단한 배짱이다. 결국 가뭄은 자연재해지만 그 피해의 일부는 인재였음을 확인한다.

천안함 침몰로 나라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답답한 것은 침몰 원인을 아직 모른다는 점이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대형 사건엔 인재가 끼어 있다는 사실이다. 적의 습격이었다면 경계 태만이, 내부 사고였다면 관리 및 규율 위반이 의심된다. 허둥댄 사후 처리는 또 하나의 인재다. 다시는 인재가 끼어들지 못하게 철저한 관리 수칙과 효율적인 사전·사후처리 매뉴얼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진세근 탐사 2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