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최고의 도덕성 요구되는 교장선생님들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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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학교 현장 비리가 갈 데까지 간 모양이다. 이번엔 수도권 전·현직 교장 157명이 수학여행 등 단체행사 과정에서 관광·숙박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사실이 경찰에 적발됐다. 급식업체나 방과후 학교 업체 선정 등과 관련해 돈을 받은 일부 교장이 처벌 받은 적은 있지만 100명이 넘는 교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한꺼번에 경찰 수사를 받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충격이 크다. 뇌물 교장들은 행사가 치러지기도 전에 미리 돈을 받거나 행사를 치른 뒤 분기별 행사 내역을 사후 정산하는 형식으로 사례금을 챙겼다고 한다. 한마디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관행적으로 뒷돈을 챙겼다는 얘기다. 어쩌다가 교육 현장이 이 지경이 됐는지 한심한 노릇이다.

교장은 학교 교육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교장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비전이 학교를 바꾼다. 그러나 학교 운영 권한을 악용해 뒷돈이나 챙기는 교장들이 그런 본분을 다했을 리 만무하다. 염불보다는 잿밥에 마음이 가 있는데 교육에 온전히 열정을 쏟을 수 있었겠는가. 이런 교장을 보면서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데 열정과 헌신을 다하는 건 힘든 일이다. 결국 자신의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인식이 없는 뇌물 교장들이 교육을 망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 뇌물 비리가 서울·경기지역 교장들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차제에 다른 지역으로도 수사를 확대해 연루 교장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함으로써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 아울러 학교운영위원회의 교장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교장의 수의계약 허용 범위를 최소화해 부정의 싹을 차단하는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교육계의 각성과 교장의 상(像)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학부모·평교사가 사표(師表)로 삼을 수 있는 교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만 교장의 학교 운영 자율권을 강화하는 정부의 학교 자율화 조치도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교육자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대다수 교장·교사의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