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남북관계기본법안' 당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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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左)과 천정배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얘기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 3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덕룡 원내대표(右)가 김형오 사무총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형수 기자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이 3일 북한의 법적 실체를 인정하는 '남북관계기본법안'(본지 11월 3일자 1, 3면)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당내에선 미묘한 갈등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법안은 2조에서 "'북한'이라함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내의 소장파는 "남북의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는 법안"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반면 보수성향의 중진의원들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법안을 한나라당이 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의 30~40대 의원들이 중심인 '수요모임'에선 정 의원의 법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형준 의원은 "북한의 실체를 인정했다고는 하지만 이 법안에는 북한이 동반자이자 주적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모두 포괄하고 있어 이념적으로나, 안보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도 "일부 표현에서 문제가 될 소지는 있으나 전향적인 내용을 담은 이 법안에 찬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표적 보수파인 김용갑 의원은 "젊은 의원들이 나라의 체제에 관한 법안을 장난삼아 내서야 되겠느냐"며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며, 한나라당이 헌법을 뛰어넘는 법안을 만든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의 정부 참칭(반국가단체) 조항을 없애자는 것에 저항하고 있는 게 우리 입장인데 아무리 개인 자격이지만 이런 해당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중도성향의 '국가발전연구회'소속인 홍준표 의원은 "이 법안은 보안법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좀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당 지도부는 여당과 대치 중인 국면에서 이 법안으로 당의 전열이 흐트러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당직자는 "이번 법안은 소장개혁 그룹이 향후 당내 주도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 국회에 낸 것 같다"며 "이 법안은 어디까지나 정 의원 개인이 마련한 것이지 당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지금은 한나라당을 모욕한 이해찬 총리를 응징하는 데 모두 힘을 모아야 할 상황인 만큼 이 법안을 둘러싼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정 의원의 법안 제출을 반겼다. 이화영 의원은 "법안 내용이 대단히 바람직하며 여당과 논의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곤 의원도 "우리와 협상이 충분히 가능한 법안"이라고 했다. 송영길 의원은 "한나라당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아예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에도 동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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