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자살하면 더 조심해야 하는데…" 전문가들의 안타까운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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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5개월 만에 누나를 따라 목숨을 끊은 탤런트 최진영. 전문가들은 29일 오후 전해진 이 비극적인 소식에 대해 "한 명의 자살이 얼마나 주변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자살한 사람이 있는 가족은 정신 건강을 특별히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신과 전문의는 최진영의 자살이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만큼 누나 최진실의 사망으로 인한 충격이 컸을 것이라는 말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윤대현 홍보이사는 "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경우, 친밀한 관계에 있던 6명에겐 굉장히 심한 정신적 충격이 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그 역시 누나의 자살로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겪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때문에 더욱 우울증 등 정신 건강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는 것이다.

윤 이사는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주변의 지인이 자살한 사람의 경우에는 더더욱 정신 건강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이상한 징후가 나타날 경우엔 지역 보건소의 정신보건센터나 정신과 전문의를 꼭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 구성원이 잇달아 자살하는 것은 이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당대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1961년 사망)의 집안이 대표적이다. 그의 집안은 아버지와 형제, 누이가 모두 스스로 생을 마감한 비극적 가족으로 알려져 있다. 1996년엔 그의 손녀 마고 헤밍웨이까지 목숨을 끊었다. 당시 그는 "우리 가문은 알코올 중독과 자살을 유전적으로 물려 받은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도 같은 지적을 했다. 가족 중 자살한 사람이 있으면 심리적으로 자살 충동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일반인들도 종종 자살 충동을 느끼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는 이유는 심리적 장벽 때문"이라며 "친한 이의 자살을 경험하게 되면, 이런 심리적 장벽이 크게 낮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진영이 받았을 스트레스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전문적 관리가 필요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온 국민에게 알려진 누나의 죽음으로 아마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며 "직업적 특성상 일반 사람들과 깊은 인간 관계를 맺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 최진실의 사망 이후 우려됐던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걱정도 제기됐다. 곽 교수는 "스타에 대한 환상이 큰 사춘기 청소년의 경우, 연예인 자살로 인해 생명을 경시하는 마음을 갖게 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베르테르 효과=자신이 모델로 삼거나 존경하던 인물,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 해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 1974년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따와 이름을 붙였다. 소설 속 주인공 베르테르는 남의 약혼녀를 사랑하다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데 소설 출간 이후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살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우울증 심하면 꼭 연락하세요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
보건복지콜센터 '희망의 전화' 129
한국자살예방협회 사이버 상담실 www.counselli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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