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 천안함 침몰] 실종자 46명 전원 병사·부사관…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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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이 28일 ‘천안함’ 사고 발생 해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7시57분쯤 SSU 잠수대원들이 가라앉아 있는 함수에 위치 표시 부표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백령도=김태성 기자]

천안함 침몰 당시 함장을 비롯한 장교들은 구조된 반면에 병사와 부사관 46명은 실종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의 엇갈린 운명은 천안함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을 일으킨 순간 장교들은 배의 앞부분에, 병사와 부사관들은 주로 배의 뒷부분에 몰려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박성우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등 군 관계자들은 28일 “천안함이 폭발 직후 두동강이 나면서 함미(艦尾)부터 빠르게 침몰했다”며 “이곳에 밀집돼 있던 병사·부사관들은 탈출할 시간이 없어 함미 부분에 갇힌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반면, 서서히 가라앉은 함수(艦首)에 몰려 있던 장교들은 구조될 시간을 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천안함을 비롯한 초계함들은 배 앞쪽에 ‘사관(장교)구역’이 설정돼 있다. 유사시 장교들의 이동거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전투상황실과 침실·회의실·식당 등 장교 전용 시설을 모아놓은 것이다. 폭발 당시 이 구역에 있었던 최원일(해사 45기·중령) 함장을 포함해 장교 7명과 부사관 37명에겐 구조될 시간이 주어졌고 때마침 함수에서 근무 중이던 병사 14명도 목숨을 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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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디젤기관(엔진)실과 탄약고가 위치한 천안암의 함미는 병사·부사관들의 침실과 휴게실로 채워져 있다. 배의 흔들림이 덜한 뒷부분을 병사·부사관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폭발 당시 이곳에서 취침 또는 휴식을 취하던 병사 16명과 부사관 30명은 미처 피할 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폭발로 전기가 끊겨 암흑이 된 데다 탈출구가 절단된 것도 실종자가 많은 이유로 꼽힌다.

선박 제조에 관여했던 군 관계자는 “함정은 해치를 닫으면 물의 흐름이 차단되는 여러 개의 격실로 나눠지도록 설계돼 갑자기 침몰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번엔 배가 두동강이 난 탓에 순식간에 물이 들어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치를 닫을 경우 방수가 된다. 최근에는 화학전에 대비해 공기 유입도 막고 있다. 해군은 해치 개폐 상황을 세 가지로 운영하고 있다. 정박했을 경우 대부분의 해치는 연다. 작전 중에는 주요 해치를 닫고, 전투 중에는 모든 해치를 닫아 적의 공격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침몰을 막을 수 있도록 격실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에는 작전 중이어서 함정 절단 면과 해치가 열린 부분을 타고 바닷물이 급작스럽게 유입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병사와 부사관들이 함미의 침실이나 휴게실에서 탈출하려면 70도에 가까운 가파른 계단을 타고 1개 또는 2개 층을 올라가야 하는 점도 비상 탈출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폭발의 충격으로 해치가 열리지 않아 탈출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글=정용수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인포그래픽=박춘환·김영옥·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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