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장 “폭발 후 배 반파 … 후미 안 보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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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된 천안함의 최원일 함장(중령·사진)은 “26일 밤 9시25분쯤 함장실에 있는데 갑자기 쾅 하는 충돌과 함께 선체가 오른쪽으로 기울었다”고 침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7일 평택 제2함대 사령부가 실종자 가족들을 상대로 사고 내용과 구조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다.

최 함장은 “(충격 때문에) 함장실 책상 밑에 처박혔고, 문이 열리지 않아 밖에서 부하들이 망치로 문을 부수고 들어와 구조됐다. 배 위에 올라와 보니 배가 반파돼서 후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함장은 여러 차례 “배가 1초 만에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배가 어떻게 1초 만에 가라앉냐”며 고성을 지르자 최 함장은 “표현이 잘못됐다”고 사과했다.

최 함장은 사고 원인에 대한 질문에 “충돌 때 내 몸이 50㎝가량 위로 솟구쳤다 떨어졌다”며 “내부 충격에 의한 것인지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인지는 조사해 봐야 안다”고 답했다. 폭발 후 화약냄새가 났다는 데 사실이냐는 물음에는 “화약 냄새가 아니고 기름 냄새가 났는데 이는 폭발로 인해 유류탱크에서 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함장이 부끄럽게 살아 돌아와서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미안하다고 말하면 다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내 아들 살려내라”는 절규도 이어졌다.

같은 날 2함대 사령부로 복귀한 생존자들은 천안함의 내부 폭발이 침몰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생존자 가운데 한 대위는 “배가 내부의 폭발로 구멍이 나 침몰됐거나 암초에 걸렸을 가능성은 절대 없다”며 “내가 장담한다”고 했다. 이 대위는 “다른 침몰 원인은 (북한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인데 이 부분은 정확하지 않고 군에서 현재 조사 중이므로 내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며 외부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천안함에 탑승했던 한 상사는 “야식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크게 흔들거리더니 정전이 됐고 내 몸이 위로 10㎝가량 튀어 올랐다”면서 “어둠 속에서 벽을 더듬으며 밖으로 나와 보니 배가 후미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고 사고 당시를 묘사했다.

실종자의 가족들은 27일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에 몰려들어 군 당국이 사태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자 해군은 이날 오후 4시쯤 부대 안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상대로 브리핑 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가족들은 “설명이 부실하다. 왜 기자들을 배제하고 브리핑을 하느냐”며 반발했다.  

평택=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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