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고 원인, 성급한 예단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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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고의 원인 규명이 지연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각종 억측과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북한의 어뢰 공격이나 특수공작에 의해 침몰됐지만 파장을 우려해 정부가 은폐하고 있다거나, 반대로 군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등 특별한 근거나 논리를 갖추지 못한 음모론적 주장이 대부분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주장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의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만이 불필요한 논란의 확산을 막는 지름길이다.

침몰한 선체에 대한 탐색과 구조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추론해 볼 수 있는 것은 내부 요인에 의한 침몰과 외부 요인에 의한 침몰 가능성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 함선의 결함이나 고장, 승조원의 과실 등에 의한 사고라면 정부와 군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불가피할 것이고, 북한의 도발에 의한 것으로 판명된다면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국제정세에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확실한 증거에 기초한 철저하고 명확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기 전까지 사고 원인을 섣불리 예단해선 안 되는 이유다.

폭발로 인해 생긴 파공(破孔)의 방향을 보면 사고 원인의 일차적 추정은 가능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확정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선체를 인양해 흔적과 파편을 모두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기다리는 시간이 고통스럽더라도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조사해서 한 점 의혹 없이 공개하라”고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다. 감춘다고 감춰질 일이 아니다. 후폭풍이 무섭다고 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 조작한다면 더 큰 화를 부를 것이 뻔하다. 두려운 진실일지라도 정부는 있는 그대로 밝히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또 진상을 규명하는 전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쓸데없는 논란과 오해를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