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왜 북한은 계속 NLL 침범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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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 3척이 우리 해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했다. 지난 8월 '경고사격을 가능한 한 자제키로' 해군의 작전예규가 바뀐 이후 3척이 동시다발적으로 침범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퇴각했던 1척이 다시 침범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침범 시기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대한 경비가 한국군으로 이관된 날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이 조치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주장하고 있다. 물론 NLL은 정전협정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해상에서의 군사분계선도 다시 논의하자'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침범에는 작전예규 변경에 따른 우리의 대응태세를 떠보겠다는 것 이상의 의도가 있을 수 있다. 군당국은 이런 점에 유념, 보다 치밀한 분석하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번 침범은 남북 간에 어느 정도 화해협력 무드가 조성돼도 군사적 긴장은 언제든지 고조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불과 몇달 전 남북은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비방 입간판 제거' '함정 간 상호 교신' 등의 조치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입간판 제거는 유야무야시켰고 해상에선 계속 NLL을 침범해 왔다. 특히 반복되는 NLL 침범은 '끝까지 교란시키고 버티면' 목표를 관철할 수 있다는 '신념'하에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1973년 처음으로 문제제기를 한 후 수십년간 끊임없이 NLL을 분쟁지역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NLL에 대해선 북한이 '다른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만의 하나 우리가 엉거주춤한 언행을 보인다면 북한은 그 틈을 밀고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작전예규의 수정으로 향후 작전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이번에 우리 해군이 아무런 차질 없이 퇴각작전을 수행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응에 따라선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제라도 작전예규에 어떤 문제가 있다면 지체 없이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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