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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종단 연합 '환경회의' 발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22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종 총무원청사 1층 강당. 불교의 심장부에 하얀 수녀복의 프란치스코회 수녀, 하얀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두른 원불교 정녀(貞女.여자 성직자)들이 속속 모였다.

행사의 실무는 개신교단체인 기독교환경운동연대(http://kcems.peacenet.or.kr)가 맡았다.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등 4개 종교의 환경단체들이 모여 '종교환경회의' 라는 연합체를 발족시키는 모임이다.

불이 꺼지고 슬라이드쇼가 시작됐다. 쓰레기 더미로 뒤덮인 강, 시꺼먼 연기를 내뿜는 공장 굴뚝…. 오염과 파괴의 현장을 고발한 환등기는 희망의 메시지인 듯 시골 돌담 아래 핀 작은 들꽃 사진으로 간단한 쇼를 마감한다. 마지막으로 자막이 올라간다.

"생명은 본래 하나입니다. 우리도 하나입니다. 진리도 하나입니다. "

불교 승려와 가톨릭의 신부.수녀, 개신교의 목사들과 원불교의 교무까지 모든 성직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친다. 어느 종교든 생명과 진리는 하나임이 분명하다. 종교별로 이어진 기도에서도 생명은 일관된 메시지다.

먼저 목사가 조용히 일어나 "창조의 하나님" 으로 시작되는 기도를 올린다. "하나님이 창조한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인간임" 을 참회한다. 이어 비구니 스님이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의 이름으로 기도한다.

"파괴와 낭비를 일으키는 마음을 깨끗이 하는 수행" 을 다짐한다. 원불교 교무는 "거룩하신 법신불" 의 이름으로 기도한다. "흐르는 물도 아껴 써야 한다" 는 대종사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마지막으로 기도한 수녀는 "성부와 성자와 성모의 이름으로" 시작, "생명을 찬미하는 삶으로 거듭나게 하소서" 로 맺었다.

신앙은 다르지만 조용히 눈을 감고 생명을 생각하는 모습은 다르지 않았다. 김명자 환경부장관의 축사는 이날 모임의 의미를 잘 정리했다.

"우리나라의 환경상황은 매우 열악합니다. 그 심각성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생활속에서 어떻게 생명.환경운동을 실천하느냐는 점입니다. 종교적 영향력이 큰 우리나라에서 종교 조직이 연대해 환경운동에 나선다면 이보다 더 큰 힘이 어디 있겠습니까. "

공동대표는 각 종교계에서 생명.환경운동을 벌여온 중진 성직자인 최용록 신부, 김영락 목사, 수경 스님, 이선종 교무 등이 맡았다.

환경회의가 당면한 과제는 새만금사업을 중단시키는 일이다. 공동대표인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는 24일 서울 도심에서 삼보일배(三步一拜)시위를 벌였다.

'삼보일배' 란 세 걸음 옮길 때마다 큰 절을 한 번씩 하는 일종의 불교식 수행법.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새만금 생명살리기 참회기도' 란 이름으로 명동성당에서 삼보일배를 시작, 조계사를 거쳐 광화문 청와대 입구까지 절하며 6시간 동안 걷기를 반복했다.

같은 생명사랑의 입장에서 범종교적으로 추진되는 또 하나의 운동이 '사형제도 폐지운동' 이다. 불교.천주교.유교.원불교.천도교와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은 6월 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사형제 폐지를 위한 한마당행사를 연다. 이들은 지금까지 세미나와 교육위주로 진행돼온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이런 대중적 이벤트를 마련했다.

기독교가 신.구교 구분없이 열심인 생명운동은 인간복제 반대운동.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총무 이동익 신부)와 한국 기독교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맹용길)는 23일 "인간 배아 역시 생명체이기에 복제와 실험 대상일 수 없다" 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오병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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