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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전작권 이양은 모험주의 … 천려일실 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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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2012년 4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의 한국군 이양에 반대하는 의견이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25일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맨스필드 재단이 공동 주최한 워싱턴 세미나에서 미측 참석자 전원이 전작권 이양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이양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위원 등 오바마 정부에 영향력이 있는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작권 이양에 대한 국내 의견은 갈려 있다. 전작권 이양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기해 관철시킨 사안이라는 점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재향군인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안보 전문가들은 강력한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전작권 이양 준비를 책임진 우리 국방부 당국자들조차 한·미 정부 간 합의를 뒤집는 데 따른 부담만 없다면 이양을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을 정도다. 미국 내 안보전문가도 반대하고 한국의 상황도 이렇다면 이제는 미국 정부도 전작권 이양 연기를 검토할 때가 왔다고 본다.

전작권 이양이 시기상조라는 주장의 논거는 단순 명료하다. 핵폭탄과 수천t에 달하는 화학무기 등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한 북한군이 제기하는 안보 위협을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감당하기엔 무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 측은 전작권 이양 뒤에도 미국의 대 한국 안보공약은 굳건하며 한·미 양국 군은 대북 억지력(抑止力)이 약화되지 않도록 준비 중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전작권 이양 반대론이 미국의 안보공약이나 준비태세를 의심하기에 제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2012년은 한국과 미국의 대선, 북한의 ‘강성대국 완성’ 시점 등 온갖 안보 위협적 요소가 중첩되는 시기다. 북한 비핵화 등이 달성되지 않은 가운데 안보 위협이 중첩되는 상황이 도래하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한반도 안보태세에 중대한 변화를 실행하는 것은 대단히 모험주의적 발상이다.

안보에 있어선 자그마한 허점도 허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 미 국방부의 오랜 철칙이다. 이 철칙은 한반도에는 적용이 안 되는 것인가. 미 국방부의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