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와이드] 분당·일산 마라톤 클럽

중앙일보

입력 2001.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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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마라톤 파크-.

아파트 숲 너머에 있는 분당 중앙공원(14만평)과 일산 호수공원(31만평)은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에게 환상의 코스다.

생활체육의 하나로 자리잡은 마라톤이 최근 이봉주 선수의 세계 제패와 인기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마라톤' 등에 힘입어 분당과 일산 신도시에서도 열기를 뿜고 있다.

*** 풀뿌리 마라토너가 주축 - 분당

"달려!

포레스트, 달려! 달려!" 영화 '포레스트 검프' 의 주인공 검프는 여자친구의 이 말을 듣곤 냅다 뛰기 시작한다. 달리기를 잘한 덕분에 미식축구 선수가 되고 월남전에선 동료 수십명을 구해낸다. 검프는 달리기 하나로 미국인의 희망이요, 스타가 됐다. 영화 속 검프가 별 생각없이 뛰었다면 현실 세계의 검프족들은 나름대로 이유 하나씩을 간직하고 뛴다.

"심장이 약해 의사가 뛰라고 했죠. " "가만 있다간 주부 우울증에 미쳐버릴 것 같아서…. " "뛸 장소가 있는데 안 뛸 수 있나요?"

'분당 탄천 검푸마라톤클럽' 회원들은 하루라도 달리지 않으면 온 몸이 근질거린다. 술마셔도, 야근해도 예외는 없다.

검푸클럽은 분당 신도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탄천 둔치에서 함께 달리는 마라톤 동호인 모임이다. 탄천을 달리는 '검' 은 얼굴과 '푸' 른 마음이 되자는 의미에서 이름이 '검푸' 다.

동호회는 지난 99년 6월 인터넷 마라톤 게시판을 통해 처음 알게된 분당 주민 여섯명으로 시작했다. "처음엔 서로 안지려고 어찌나 빨리 달리던지 황영조가 따로 없었어요. " 창립 멤버 김도연(46)씨의 회고다.

이후 분당 주민뿐만 아니라 용인 수지.서울 강남 등 탄천 인근의 마라톤 애호가들이 검푸클럽에 속속 합류했다.

현재 핵심 회원만 70명 정도다. 회장 김영백(46.창의인터내셔날 대표)씨는 마라톤대회 상위 입상자에게만 출전자격이 주어지는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참가했을 정도로 달리기 1인자다. 주부 송정숙(40)씨는 남편 안경근(44)씨가 대회에 출전할 때 응원만 하다 성에 안 차 클럽에 합류했다. 회원 모두 국내 유수의 마라톤대회를 섭렵할 정도로 마라톤 광(狂)이다.

이들은 철저히 인터넷 위주로 클럽을 운영한다. 현재 검푸클럽 홈페이지(http://www.gumpu.com)에는 회원 신상부터 마라톤대회 일정, 달리기 주법 등 마라톤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주중에 각자 운동을 하던 회원들은 일요일 오전 6시30분이면 어김없이 중앙공원 입구에 모여 조직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한다. 세시간 정도 땀을 흘린 뒤면 으레 해장국을 먹으며 마라톤 얘기를 수없이 쏟아낸다. 이들은 평택 그린마라톤.함평 나비마라톤.전주 군산 국제마라톤 등 전국의 각종 마라톤대회에 함께 출전한다.

검푸클럽 회원들은 지난해부터 탄천을 한바퀴 돌아오는 하프코스(21㎞)마라톤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6일 2회 대회 때는 개회식을 아예 없애고 최종 지점에 골인하는 모든 주자가 결승 테이프를 끊게 하는 등 '고객 만족' 에 신경을 썼다. 모두가 흡족해 했다.

김영백 회장은 "지난 2년간 마라톤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대회가 우후죽순 늘어났다. 양질의 대회를 통해 달리는 기쁨을 함께하고 싶었다" 고 설명했다.

일요일인 지난 13일 검푸클럽 회원들은 언제나 그랬듯 중앙공원에 모여 몸풀기를 시작했다. 기자가 "휴일 새벽에 쉬지 않고 올 만큼 달리기가 그렇게 좋으냐" 고 물었다.

"뛰지 않은 사람이면 절대 알 수 없는 '형이상학적 쾌감' 이 있지요. "

"어허, 장진구식 발언이구먼!"

한 회원의 마라톤 찬양 발언에 다른 회원들이 까르르 웃으며 박수를 쳤다.

*** 스타와 달리는 일산 호수공원

토.일요일이면 호수공원을 빙돌아 나있는 7.5㎞의 산책로에는 마라톤 동호인들로 물결을 이룬다. 1998년 11월 만든 일산호수마라톤클럽의 회원들이 앞장서고 있다. 지금은 회원이 4백여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21일 일산에 거주하거나 일산을 자주 찾는 연예인이 중심이 돼 '달리는 천사들' 이란 동호회를 만들었다. 자기를 이겨야 하는 마라톤 정신을 살려 이웃의 아픔을 함께 하자는 취지에서 작명했다.

바쁜 일정으로 건강관리가 어려운 연예인들이 함께 뛰면서 건강을 챙기자는 뜻도 있다. 꾸준한 마라톤으로 몰라보게 체중을 줄인 인기 탤런트 박철(33)씨가 '마라톤 전도사' 를 자임하며 이 동호회 회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세대 스타 박광현(24)씨와 인기 탤런트 이근희(41).최준용(34).김인권(24).김나영(25)씨, 개그맨 표인봉(35)씨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외에 주민 몇몇도 동참해 동호회를 꾸려가고 있다. 총감독 겸 트레이너는 마라톤 매니어 박천식(53.세씨라인 대표)씨가, 주치의는 일산병원 내과전문의 윤성현(38)씨가, 해외 마라톤대회 참가 섭외 등은 일간스포츠 사진부장 김건수(44)씨가 맡고 있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낮 12시 호수공원에 모여 산책로를 따라 한두 시간 가량 뛴다. 오는 11월 4일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제3회 서울 하프마라톤 대회' 에 전원이 출전, 완주한다는 일차 목표를 정했다.

이를 위해 이달 들어 훈련 강도를 바짝 높였다. 호수공원 훈련이 끝나면 인근 정발산으로 산악코스를 달린다. 뙤약볕이 내려 쬐는 낮시간을 택해 실전처럼 연습한다.

박철씨는 "지난해 7월 마라톤 시작 뒤 체중을 무려 39㎏나 감량해 건강을 완전히 되찾았다" 고 말했다.

올들어 마라톤에 발을 들여 놓은 박광현씨는 서울 하프마라톤 완주를 위해 한달째 매일 서울 반포의 집에서 여의도 방송가까지 9㎞를 한강변을 따라 달리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국내외 주요 마라톤 대회에 모든 회원이 참가, 스폰서 업체를 통해 마련한 지원금으로 소년소녀가장.혼자사는 노인.장애인 등을 도울 예정이다. 나아가 '서울 하프마라톤 대회' 에서는 '1m 1원 걷기' 운동을 벌여 성금을 모금해 '풀뿌리 꿈나무 후원회' 등 사회복지기관에 기탁할 계획이다.

지금도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재기에 힘쓰고 있는 마라토너 김완기 선수에게 1년 예정으로 매월 1백만원씩 보내고 있다.

박철씨는 개인적으로 지난달 18일 국내의 한 마라톤대회에서 완주한 뒤 마련한 1천만원을 가톨릭사회복지회를 통해 장애인들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글〓전익진.박지영 기자

사진〓박종근, 그래픽〓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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