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본 우경화 방치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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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앞으로 3개월이나 남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제동을 건 것은 일본의 우경화(右傾化)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의 일환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을 둘러싼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 총리가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방문한다는 것은 '21세기 한.일 신시대 개척' 의 근간을 해치는 행동이라 간주하고 있다.

야스쿠니엔 제2차 세계대전 전범으로 사형당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당시 총리, 도고 시게노리(東鄕茂德)당시 외상 등 A급 전범과 B.C급 전범 1천여명의 위패가 있어 일본 침략전쟁의 주역들이 집결해 있는 곳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런 장소를 총리가 참배한다는 것은 곧 과거에 대한 반성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며 군국주의 찬양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물론 과거에도 이 신사를 참배한 일본총리들은 있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처럼 드러내놓고 예고한 경우는 없었다.

1975년 미키(三木), 85년 나카소네(中曾根), 96년 하시모토(橋本)전 총리가 각각 참배했지만, 참배 전후 이를 발표했을 뿐이다.

때문에 고이즈미 총리가 3개월 이상의 시간을 남겨놓고 신사참배 방침을 발표한 것은 일본의 '우향우 드라이브' 를 걸기 위한 계산된 행동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의 우경화를 방치하면 역사 교과서 왜곡문제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같은 사안엔 강력 대응할 것" 이라며 "이런 방침이 새로운 양국간 현안으로 떠올라도 이를 감수하겠다" 고 말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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