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학자들도 “임나일본부는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국과 일본의 역사학자들은 일본이 강변해온 임나(任那)일본부설에 대해 “임나일본부는 없었다”는 데 동의하고, 일본 교과서들이 관련 기술을 삭제토록 권고키로 결정한 것으로 22일 전해졌다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위원장 조광)는 23일 발표할 2기 연구 결과 최종 보고서에서 “일본의 야마토 정권 세력이 한반도 남부에서 활동했을 수 있지만, 임나일본부라는 공식본부를 설치해 지배 활동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히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위원회 측이 전했다.

조 위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일본 18종 역사 교과서 중 임나일본부설을 기술한 교과서 출판사와 필자, 담당 관리들에게 일본 정부가 우리 위원회의 보고서를 발송함으로써 사실상 삭제를 권고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일 학자들은 또 “조선을 침략했던 왜구에 조선인이 포함됐다는 일본 교과서 기술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왜구는 대마도와 일본 본토 해안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었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한일 합방 늑약 등 한·일 관계사의 다른 주요 쟁점들에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양측 의견을 보고서에 병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고대·중대·근대에 걸쳐 48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모두 2000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역사공동위원회는 2002년 10월 양국 간의 역사 인식 차이를 줄여가자는 한·일 양국 정상의 합의에 따라 발족했다. 2005년 5월 3년간의 1기 활동을 마치고 보고서를 냈으며, 2007년 6월 2기 활동에 들어간 지 2년9개월 만에 2기 보고서를 내게 됐다. 2기 연구진은 과거사 왜곡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후소샤 교과서를 비롯한 일본 역사교과서와 한국의 국정교과서를 공동연구하기로 합의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연행과 종군위안부 등 과거사가 모두 포함됐고,양국 전문가 15명이 참가했다.

조 위원장은 “역사적 주장의 진위만 따진 1기와 달리 이번 2기에선 양국의 교과서에 나타난 구체적 문제들을 다룬 점에서 발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 학자들이 합의했다고 해서 (일본의 민간 출판사에서 낸) 검인정 일본 교과서가 일제히 바뀌지는 않을 것이며 일본 학자들이 예전 학설이 돼버린 (임나일본부설 등의) 것을 인용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면서도 “양식 있는 일본 학자들은 ‘그건 아니구나’ 하는 걸 알 것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문제 제기를 해나가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수진 기자

◆임나일본부설=4세기 중엽∼6세기 중엽 200년간 일본의 야마토(大和) 정권이 한반도 남부 지역에 진출해 백제·신라·가야를 지배하고, 특히 가야에는 일본부(日本府)라는 기관을 두어 6세기 중엽까지 직접 지배했다는 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