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삔 발목 치료 대충 했다간 관절염으로 번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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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호 15면

얼마 전 막을 내린 밴쿠버 올림픽에선 피겨스케이트 김연아 선수의 피멍 든 발이 공개돼 보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토슈즈를 신고 세계무대를 누비는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울퉁불퉁한 발도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지성 선수의 상처투성이 발도 떠오른다. 스포츠 스타가 뜨면 그들의 발이 화제가 된다. 그들의 힘든 훈련과정을 짐작게 하는 흔적이 그대로 배어 있어서다.

돌아온 운동의 계절 ‘발병’ 막으려면

하지만 일반인들이 발 모양까지 상해 가며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운동을 하면서 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평생 발병(病)으로 고생할 수 있다. 박지성 선수만 해도 발이 평발(편평족)만 아니었다면 경기력이 더욱 좋아졌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신정빈 교수는 “박지성 선수가 평발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경기력이 30%는 좋아졌을 것이다. 정신력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평발인 사람이 과격한 축구를 계속하면 나이 들어 무릎관절염이 올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1㎞ 걸으면 발이 받는 하중 15t
발은 매우 정교한 ‘건축물’로 비유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송주호 선임연구원은 “한쪽 발에는 26개의 뼈, 33개의 관절, 100개가 넘는 인대와 근육·신경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걷고 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은 ‘제2의 심장’으로도 불린다. 심장에서 뿜어져 나와 발바닥에 몰린 피를 걸을 때마다 다시 펌프질해 심장으로 올려보낸다. 발에는 25만 개의 땀샘이 있어 하루에 종이컵 한 컵 가까운 땀을 배출한다.

발에 가해지는 부담은 몸무게에 비례한다. 한 걸음 걸을 때는 체중의 1.5배, 뛸 때는 4배, 점프할 때는 5배의 하중을 견뎌야 한다. 발이 걷는 거리도 만만찮다. 성인 기준 하루에 5000~8000걸음을 걷는데, 60세까지 지구 세 바퀴 반 거리인 16만㎞를 보행하는 셈이다. 1㎞를 걸을 때 발이 받는 총 하중은 15t이나 되기 때문에 발의 구조물 중 한 부분이라도 고장 나면 아프고 전신의 균형에도 영향을 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족저근막염·아킬레스건염 잦아
‘발품을 판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과거 발에 부여된 의미는 ‘노동’이 컸다. 하지만 자동차·엘리베이터·인터넷 등 문명의 발달로 노동·이동 수단으로서 발의 역할은 점차 줄고 있다. 대신 레저·스포츠는 물론 발레 등 고품격 생활문화를 움직이는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발 질환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스포츠 인구가 급격히 늘며 ‘생계형’에서 ‘스포츠형’으로 갈아탔다.

신정빈 교수는 “레포츠 인구가 늘며 발 질환의 원인이 산업재해 등 생계형에서 스포츠형으로 변하고 있다”며 “같은 발병이어도 약 70%가 운동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스포츠 발 질환은 족저근막염·아킬레스건염·발목염좌. 겨울에 활동이 뜸했던 발에 급작스러운 운동력을 가하면 이런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이경태 교수는 “스포츠 발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의 형태와 문제를 파악하고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마라톤 등 달리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족저근막염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 뼈에서 시작해 발가락 바닥 부위에 붙은 두껍고 강한 막이다. 발바닥에 충격을 흡수하는 스프링 역할을 하는데, 뒤꿈치 뼈에 붙은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 족저근막염이다. 증상은 걷거나 운동할 때 뒤꿈치에 통증이 나타난다.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자고 아침에 일어나 첫발을 디딜 때 유난히 통증이 심하다. 축구·농구·산악마라톤·등산 등 발에 충격이 큰 운동은 피해야 한다. 이외에도 평발·발끝을 안쪽으로 향하게 걷는 안짱다리·발의 아치가 높은 요족(오목발)인 사람에게서도 자주 나타나는 질환이다.

아킬레스건염은 과도한 활동으로 아킬레스에 무리가 가 염증이 생기는 것. 농구·배구·축구 등 점프동작이 많은 운동이나 장시간 달리는 마라톤에서 나타난다.
흔히 발이 삐었다고 말하는 발목염좌는 테니스·배드민턴·농구 등 발목이 급작스럽게 섰다가 뒤틀리는 운동에서 발목관절을 지탱하는 인대들이 손상을 입어 발생한다.

운동화는 오후에 구입하는 게 좋아
운동을 하다 생기는 발의 부상을 줄이고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스트레칭이 필수다. 초기에 소홀히 대처해 발 부상이 반복되면 만성질환이 될 수도 있다. 이경태 교수는 “발목염좌는 초기 치료를 소홀히 하면 30%는 만성적으로 재발한다”며 “10년 정도 지나면 관절염이 된다”고 말했다.

발목 강화를 위한 스트레칭은 간단하다. 한 발로 선 후 달리기를 하듯 양팔을 앞뒤로 흔들면 된다.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하며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수시로 발목을 회전시키면 발목 주위 근육이 강화된다.

아킬레스건 스트레칭은 벽을 이용한다. 벽을 보고 1m 정도 떨어진 후 양손을 가슴 높이의 벽에 대고 한쪽 발을 어깨 넓이만큼 뒤로 뺀다. 앞쪽의 발을 약 120도로 구부린 상태에서 몸을 벽 쪽으로 민다. 이때 두 발의 발바닥 전체를 바닥에 붙여야 하며 얼굴의 위치는 앞을 보고 구부린 다리의 무릎을 넘어가지 않는다. 양쪽 발의 위치를 바꿔가며 30초씩 3회 한다.

족저근막 스트레칭은 한쪽 다리만 쭉 편 상태로 바닥에 앉아 편 다리의 발목만 몸 쪽으로 구부린 뒤 손을 쓰지 않고 발가락을 발목 쪽으로 당긴다. 10초간 정지하며 수회 반복한다. 이외에도 계단 끝에서 발가락으로 서 있거나 한 발로 다른 발의 발등을 밟아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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