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상수원인 팔당호의 모습
정부가 팔당호 등 국민의 식수원인 전국의 상수원을 맑게 하겠다며 10여 년간 31조원을 투입했으나 수질이 나빠진 곳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 유역 주요 취수원 8곳 가운데 팔당호(한강)·김제(금강)·무안(영산강) 등 5곳의 수질이 2005년 개선 목표치보다 악화된 것이다. 정부는 1998년 이후 ‘물이용부담금’ 5조원을 포함해 상수원 수질 개선과 상류 주민지원 등에 31조원을 사용했다. 물이용부담금은 정부가 수질개선을 전제로 99년부터 수도료 외에 별도로 국민에게 거둔 돈이다.
19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수도권 2000만 주민의 상수원인 팔당호 수질은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으로 2005년 목표치1.0ppm(1급수)을 밑도는 1.3ppm을 기록했다. 팔당호는 5년간 한 번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사실상 1급수를 포기한 상태다. 같은 기간 김제는 4.8→7.9 ppm, 무안은 2.8→3.5 ppm으로 치솟았다.
이날 모터보트를 타고 둘러본 팔당호에서는 농경지와 주차장 등에서 흘러 들어오는 흙탕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 김종수 연구관은 “마을과 논밭을 지나 팔당호에 들어오는 빗물의 오염도는 BOD 기준으로 20~30ppm, 심할 때는 80~90ppm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하수처리장에서 정화과정을 거친 뒤 팔당호로 방수되는 물의 BOD 허용치가 10ppm 이내인 것과 비교하면 심하게 오염된 물이 마구 유입되는 셈이다. 팔당호 주변에서는 전체 오염물질의 절반을 비점오염원(빗물에 씻겨들어오는 오염물질)이 차지하고 있다.
BOD를 기준으로 한 팔당호 수질은 2005년 이후 1.1~1.3ppm 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화학적산소요구량(COD) 수치, 즉 미생물이 분해할 수 없는 오염물질의 농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0년 전 2.9ppm에서 지난해에는 4ppm으로 악화됐다. 물속에 분해가 어려운 물질이 늘어나면 수돗물 정수과정에서 소독제와 반응해 발암물질이 생성될 가능성이 커진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