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MB 업무보고는 선거운동” 한나라 “식물정부 되라는 얘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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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18일 이명박 대통령을 사전선거운동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관위에 고발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2월부터 다섯 차례 실시한 시·도 업무보고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역 개발 공약을 지방선거에 나가는 한나라당 시·도지사 대신 발표하는 행위는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선관위에서 신속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업무보고 때 언급한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 사업 추진’(3월 15일, 강원), ‘오창·오송 경제자유특구 지정’(2월 9일, 충북) 등은 명백한 불법선거운동이란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대통령 시·도 업무보고는 매년 하던 것인데 선거라고 하지 말라는 것은 식물정부가 되라는 얘기냐”고 반박했다.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은 역대 정권에서 되풀이돼 왔다. 가장 뜨거운 논쟁을 몰고 온 인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총선 양강 구도’ 발언 등으로 한나라당에 의해 선관위에 고발됐으며 결국 이 갈등은 탄핵 사태로 비화됐다. 2007년 대선 때도 노 전 대통령은 참평포럼 강연, 원광대 특강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한나라당을 비판했다가 선관위로부터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결정을 받았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16대 총선을 한 달 앞둔 2000년 3월 재경부 업무보고에서 “최근 선거 과정에서 국정을 왜곡해 국민과 외국인 투자자들을 불안케 만드는 사례가 있다”며 한나라당이 선거 이슈로 제기한 ‘국가채무 과다론’에 적극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자 홍사덕 당시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은 DJ를 겨냥해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빙자해 관권선거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 DJ도 야당인 국민회의 총재 시절이던 1996년 15대 총선 때는 “김영삼(YS) 대통령이 국사는 돌보지 않은 채 총선에만 매달린다”고 성토했었다. YS가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선대위 의장과 주례회동을 통해 사실상 총선을 지휘하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국민회의는 당시 장관들의 잇따른 지방순시에 대해 “여당을 도와주기 위해 지방에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한 일도 있다.

숭실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현행 헌법 체제에선 대통령의 ‘정치인 영역’과 ‘공무원 영역’을 명확히 가르기가 매우 어렵다”며 “대통령의 선거 개입 시비를 종식시키려면 여야가 역지사지의 차원에서 새로운 정치관행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하·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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