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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내 맘대로 베스트 7] 오스카 수상 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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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7 구로사와 아키라

1990년 시상식. 명예상 수상자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무대로 나오자 모든 사람은 기립박수로 그를 맞이했고, 거장의 한마디에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영화를 잘 모릅니다.” 겸손한 진심의 한마디였다.

6 셰어

‘문스트럭’(1987년)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는 수많은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나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말 수고 많았어요. 헤어 드레서와 비서에게도 감사하고….” 하지만 정작 상대역인 니컬러스 케이지와 노먼 주이슨 감독의 이름은 빠트렸다.

5 그리어 가슨

‘미니버 부인’(1942년)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는 장장 1시간에 걸쳐 오스카 사상 가장 긴 수상 소감을 전했다. 첫 마디는 이렇다. “소감을 제대로 준비 못했는데….” 시상식은 다음 날 새벽 1시에 끝났고, 이후 그녀는 네 번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4 핼리 베리

‘몬스터 볼’(2001년)로 74회 시상식에서 미국인 흑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핼리 베리. 거의 혼절한 상태에서 무대에 올라간 그녀의 소감 중 절반은 “오, 마이 갓!”이었다. 말이 길어져 줄여달라는 사인이 오자 그녀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잠깐만요! 74년을 기다렸다고요!”

3 마이클 무어

‘볼링 포 콜럼바인’(2002년)으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마이클 무어는 부시의 군국주의를 규탄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부끄러운 줄 아시오, 부시!”

2 제이미 폭스

‘레이’(2004년)로 남우주연상을 탄 제이미 폭스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회초리를 때려가며 피아노를 가르치지 않았다면 레이 찰스 역을 해내지 못했을 것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였다. “할머니는 아직도 저와 대화를 나누십니다. 오늘도 할머니와 이야기를 할 거예요. 꿈에서 말이죠. 그런데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잠들기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할머니, 사랑합니다.”

1 톰 행크스

‘필라델피아’(1993년)의 게이 변호사 역으로 생애 첫 오스카를 안은 톰 행크스(사진). “제 인생에서 이 두 사람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겁니다. 고등학교에서 연극을 가르치셨던 롤리 판스워스 선생님. ‘네가 맡은 배역을 완수해라. 모든 영광은 거기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하셨죠. 그리고 함께 연기를 배웠던 친구 존 길커슨. 그들은 훌륭한 게이 미국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소감을 닫았다. “200년 전 필라델피아에 모인 현명하고 관대한 사람들은 창조주께서 만들어내신 단순하고 자명하며 보편적인 진리를 글로 남겼습니다. 신께서 우리 모두를 축복하시기를! 신께서 우리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시기를!”

김형석 영화 칼럼니스트 mycutebi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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