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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강동원, 1100만이 그를 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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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남자 스타는 단연 강동원(29)이다. 인기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만 봐도 그렇다.정음(황정음)은 지훈(최다니엘)과 몰래데이트를 들키자 그의 얼굴에 복면을 씌우고 톱스타와 연애 중이라고 거짓말한다. 그 최고 스타는 ‘품절남’ 장동건도 아니고, 할리우드로 간 이병헌이나 비도 아니며, 한류 스타 욘사마는 더더욱 아니다. ‘완소(완전소중)’ ‘간지작렬’ ‘걸조(걸어다니는 조각)’같은 수식어의 원조, 2000년대 ‘꽃미남 전성시대’를 연 강동원이다. 올해로 데뷔 7년차, 연기자로서도 정점을 달리고 있다. 막강 흥행 파워를 과시했다. 600만을 모은 ‘전우치’에 이어‘의형제’도 500만을 넘겼다. 연기력도 급성장했다. 송강호·김윤석·백윤식·유해진 등 실력파들과 맞붙어 밀리지 않았다. 익살스러운 악동 도사(‘전우치’)였다가, 비극적 운명의 북한 공작원(‘의형제’)으로 급변신하며 넓어진 연기 폭을 선보였다. 그 극단의 변화를 그는 “맘껏 나를 풀어놓고 신나게 뛰어놀다가”(‘전우치’), “나를 완전히 잠가놓는 연기를 해야 했다”(‘의형제’)고 표현했다.

글=양성희 기자 , 사진=무비위크 제공

꽃미남 전성시대 연 메트로섹슈얼

강동원의 등장은 출세작 ‘늑대의 유혹’(2004)의 한 장면처럼 극적이었다. 순정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외모의 그가 교복을 반항적으로 풀어헤친 채 이청아의 우산 속으로 쓱 들어오는 순간, 관객들은 충무로 뉴 아이돌의 등장에 열광했다. 지금도 극찬 일색인 그의 외모는, 한국사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신체 비율, 작은 얼굴과 큰 키, 마른 몸매, 그리고 여자보다 더 선 곱고 아름다운 얼굴이다. 데뷔 초 그의 외모에 쏟아진 찬사 중 하나는, 서구 디자이너의 의상을 팔다리 줄이지 않고 입는 거의 유일한 국내 모델이라는 것이었다. 모델 출신답게 패션 센스도 탁월했다.

말하자면 강동원은 그저 잘생긴 것이 아니라 수퍼 슬림 서구 모델급 프로포션이라는, 미에 대한 새로운 선망과 표준을 보여준 스타였다(이를테면 ‘루저’ 발언의 시원!). 여자처럼 예쁘게 치장하며, 성의 경계에 있는 새로운 남성형의 상징이기도 했다. 조인성·공유·주지훈 등 모델 출신 배우들로 이어지는, ‘메트로섹슈얼’의 등장이다. 마초들에게 질린 여성팬들은 ‘누나팬’이라는 이름으로 그에게 환호했다.

관객 홀리는 매혹의 힘

모델 출신 강동원은 서구 톱모델 뺨치는 신체비율의 소유자다. ‘작은 얼굴, 긴 팔다리’라는 미의 표준을 제시했다. 슬림룩 매니어로도 유명하다. [무비위크 제공]

역설적인 것은 스타일리시한 패션 아이콘인 그가 작품 속에서는 정작 꽃미남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의 외모를 강조한 영화도 ‘늑대의 유혹’과 ‘형사’ 정도다. 대부분은 빛나는 외모를 불우한 운명, 남루한 옷차림으로 가린 서민적 캐릭터였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는 시골 약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는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 목소리만 출연한 ‘그 놈 목소리’에서는 유괴범을 연기했다. ‘M’에서는 시종 얼굴을 찡그렸고, ‘의형제’에서는 북에서도 버림받은 간첩이다. (도회적 외모와 딴판으로 순박한 비음과 느릿한 말투는 이런 서민적 역할과 잘 맞아떨어졌다)

이런 행보는 “대중의 기대를 배반하고 싶은 반항심이 있다”는 그의 말로 이어진다. 대중의 예상을 깨며, 종종 ‘외계인’이라 불릴 정도의 신비하고 비현실적인 외모의 주인공이 일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때의 묘한 충돌이 매력의 요체인 것이다.

물론 관객들은 그의 고집스러운 자의식에도 불구하고, 그의 비주얼이 주는 쾌감을 마음껏 즐겼다. 강동원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쓴 ‘전우치’의 최동훈 감독은 “그와 작업하면서 좋은 연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토로했다. “배우는 무조건 매혹”이라는 것이다. 탐미적 영상미학자 이명세 감독이 그를 페르소나 삼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큼 관객을 홀리는 피사체는 없으니 말이다. 사랑의 감정을 스토리 없이 영상으로만 전달했던 ‘형사’에서 관객들은, 특별한 대사나 사건 없이 강동원을 바라만보다 사랑에 빠지는 하지원처럼, 그에게 매료됐다. 이 감독은 “강동원처럼 매혹적인 외모의 배우는 때로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 외모 자체가 관객에게 이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가 연기를 하면 자칫 과잉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동원의 매혹적 이미지는 때로, 그가 아무리 악을 연기해도 무죄라고 믿게 만드는 주술을 발휘하기도 한다. 문화평론가 강명석은 “‘의형제’에서 그는 위험한 존재라기보다는 상처 입은 청초한 청년으로 보였다. 관객들은 누구나 그의 해피 엔딩을 바라게 된다”고 썼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공지영 작가 역시 “많은 사람들을 사형제 폐지에 동의하게 만들 만큼 잘생긴 얼굴을 가졌다”고 말한 바 있다.

까칠하거나 영민하거나, 타협 모르는 나르시스트

그러나 모든 것을 그저 이미지나 외모로만 돌리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그와 함께 작업했던 이들은 한결같이 “영민한 배우”라는 평을 내놓는다. “얼굴로 밀고 가는 게 얼마나 가겠느냐”는 데뷔 초 그 자신의 말처럼, 얼굴로 주목 받았지만 얼굴 위주가 아닌 작품을 골라온 것만 봐도 그렇다. “데뷔작이니 무조건 시나리오를 보고”(‘그녀를 믿지 마세요’), “앞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힘을 주리라는 계산으로”(‘늑대의 유혹’), “영화적인 영화라”(‘형사’), “하도 외모만 얘기하니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서”(‘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느린 말투가 답답해 목소리 연기에 집중하려고”(‘그 놈 목소리), “감독에 대한 신뢰”(’M’) 등 매번 출연 동기도 명확했다. 중복 없는 다작에, 연기 패턴 또한 늘 달랐다. 공학도 출신이어설까. “인생을 10년, 1년 단위로 쪼개어 계획을 세운다”고 말하는 그다. 완성체를 향해 하나씩 부품을 짜맞추듯 커리어를 쌓아가는 치밀함이 돋보인다.

초기 드라마 이후 TV 출연은 일절 않고 CF도 인기에 비해 아주 적다. 사생활은 철저히 보호받고 싶어하고, 상냥하기보다는 타협을 몰라 한때는 대표적 까칠 배우로 꼽히기도 했다. 그 덕에 헤프게 소비되지 않았고, 여전히 앞으로 보여줄 것에 기대를 갖게 하니 그의 선택은 옳았던 셈이다.

“언제든 나는 내가 좋다”는 당당한 나르시스트 강동원은 내년이면 서른, 올가을 군 입대 예정이다. 모델 경력까지 치면 벌써 10년차다. 장준환 감독의 ‘카멜리아-러브 포 세일’ 촬영을 마쳤고 신인 김민석 감독·고수와 함께 액션 스릴러 ‘초능력자’를 찍는다.

우리는 늘 아름다운 배우를 사랑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배우에게 독이 되고 말리라는 고정관념도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스타로 출발한 강동원은 어느새 훌쩍 자라나, 그 편견마저 깨뜨리고 있다.

양성희 기자

뭐 이런 것까지 강동원

연합고사 200점 만점에 192점, 거창고선 200명 중 198등 한 적도

1981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아직도 말투에 사투리의 흔적이 배어있다. 어린 시절 공부와 운동을 모두 잘하는 ‘엄친아’였다.

중학교 때 갑자기 키가 25㎝나 자라서 1m80㎝가 됐다. 연합고사에서 200점 만점에 192점을 맞아 비평준화 고교인 거창고에 갔다.

백지시험지를 내 전교 200명 중 198등을 한 적도 있다. 한양대 공대 기계과를 다니며 길거리 캐스팅 제의를 숱하게 받았다.

같은 키 모델의 평균보다 2인치는 긴, 늘씬한 다리로 ‘옷발 죽이는’ 모델이 됐다.

조성모 뮤직비디오 ‘다짐’에 출연했다. 데뷔 초 TV 드라마들은 평이 좋지 않았다.

2004년 SBS ‘매직’ 때는 영화잡지 ‘프리미어’가 ‘과대평가된 배우’로 꼽기도 했다.

영화 데뷔작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청양고추를 수십 개 씹어먹는 ‘매운’ 연기를 해 처참히 망가졌다.

‘늑대의 유혹’은 최근 뒤늦게 일본에서 인기다. 목소리만 출연한 ‘그 놈 목소리’에서는 실제 범인과 목소리 싱크로율이 89.6%에 달했다.

소문난 축구광으로 축구선수 출신인 조한선·원빈 등과 친하다.

축구게임 ‘위닝 일레븐’도 즐기는, 천상 남자다. 연예인 축구팀 ‘위너스’, 야구팀 ‘플레이보이스’ 멤버지만 어깨 부상으로 야구는 잘 못한다.

소풍 때 자신만 트레이닝복을 입고 간 것을 계기로 패션에 눈떴다. ‘늑대의 유혹’ 때는 도쿄 하라주쿠에서 의상을 직접 사왔다.

‘A나 B 없이 C를 상상도 못하는 전형적인 공대생’(송해성 감독), ‘가장 좋은 의미에서의 경상도 남자’(최동훈 감독)라는 평도 받는다.

돼지국밥을 좋아해 고향에서 얼린 채 공수해와 먹는다. 이명세 감독은 “정신적 DNA가 같다”며 아들뻘인 그를 ‘동원이 형’이라 부른다.

팬들이 붙여준 대표적인 별명은 참치캔 회사와 이름이 같다고 해서 ‘강참치’다. 그가 꼽는 미남은 장동건, 정우성, 원빈.

그러나 한 팬은 “강동원은 장동건이나 정우성처럼 (CF에 나와 간지럽게) ‘정원아’라고 부르지 않을 것 같다. 그게 좋다”고 썼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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