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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노무라 엑소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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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본의 대표적 금융사인 노무라홀딩스에서 사람이 빠져나가고 있다. 유럽 담당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를 떠나고, 중국 투자은행(IB) 부문 부사장도 자리를 옮긴다. 모두 최고위직 핵심 인사들이다. 금융위기로 파산한 리먼 브러더스를 인수하며, ‘위기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을 받았던 노무라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금융은 사람 장사다.

17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노무라에서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을 총괄하던 CEO인 사덱 세이드가 사의를 밝혔다. 글로벌 IB운영 책임자 자리 경쟁에서 밀린 직후였다. 그는 10여 년간 노무라에서 일한 ‘노무라 맨’이어서 파장이 더 크다. 1년6개월 전 노무라가 리먼의 아시아·유럽·아프리카 사업 부문을 인수할 때도 그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FT는 “노무라가 핵심 책임자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세이드만이 아니다. 최근 3주 동안 노무라를 떠난 고위직은 6명이다. 세이드를 빼고는 모두 리먼 출신들이다. 제인 왕 중국 IB부문 부사장, 시기 토켈슨 아시아 증권부문 책임자 등이 사표를 냈다.

세이드의 사임이 자리에 대한 불만이라면, 리먼 출신들의 이탈은 보너스 지급기간 종료와 맞물렸다. 노무라는 리먼을 인수하면서 2년간 2007년 수준의 보너스 지급을 약속했는데, 보증 기간이 이달 초로 끝났다. 너무 많이 받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성과 보상 정도에 따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옮기는 것이 국제 금융계의 현실이란 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다.

지난해 12월 영국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에서도 보너스 삭감 여파로 임직원 1000여 명이 썰물처럼 회사를 그만뒀다. 전체 인력의 5%이지만 이들은 RBS에 핵심 수익원인 투자 부문 인력들이었다.

노무라가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리먼 인수 때 이례적인 보너스 보장 조건도 내걸었고, 신입사원 연봉을 세 배로 올렸다. 전문 인력의 중요성을 스스로 절감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노무라가 1년여 만에 월가의 주요 IB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은 리먼에서 넘어 온 인력 덕이 크다”고 평가했다. 노무라는 리먼을 인수하면서 지난해 해외부문 수익이 창사 후 처음으로 일본 국내 수익을 넘어섰다.

노무라는 인력 이탈에 대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입장이다. FT에 따르면 노무라는 “사업 부문 재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노무라의 공격적 대응을 예상하는 분석도 있다. 노무라가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스카우트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지난해 10월 이후 종신 고용을 보장하면서 노무라가 끌어들인 직원 수는 420명에 이른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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