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촌’ 맺은 그 친구가 FBI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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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당신의 새 페이스북 친구는 연방수사국(FBI) 요원일지도 모른다’.

FBI 등 미국 수사기관들이 페이스북·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수사에 적극 이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관들은 가짜 신분으로 이들 사이트에 가입한 뒤, 용의자에게 접근하거나 개인 정보를 수집했다. 이 같은 사실은 온라인 인권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이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미 법무부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dpa 등 외신은 EFF 측이 온라인 수사, 감시 관련 정책 공개를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을 통해 이 문건을 입수했다고 전했다.

문제의 문건은 미 법무부가 내부 교육용으로 제작한 33쪽짜리 슬라이드 문서다. SNS를 활용한 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물론 수사기관들은 과거에도 범죄 수사에 인터넷을 활용했다. AOL·MSN 채팅룸을 이용해 아동 포르노 유통업자에게 접근하거나, 용의자 등의 e-메일 기록을 열람했다. 하지만 과거의 문자 기반 사이트들에 비해 요즘 SNS에선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더 쉽게 얻을 수 있다. 용의자가 올린 사진·비디오 클립 등을 분석하면 용의자의 현재 위치, 최근 구매한 물건 내역까지 알 수 있다. 실제로 FBI는 지난해 페이스북을 이용해 해외로 도피한 은행 사기 용의자를 체포하기도 했다. 시애틀에 살던 용의자는 멕시코로 잠적했지만,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문제는 이 같은 ‘온라인 위장 수사’의 적법성 여부다. SNS 업체들은 회원 정보를 허위로 입력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6년 한 여성이 10대 소년이라고 속이고 마이스페이스에 가입한 뒤, 이웃 소녀에게 악성 메일을 보냈다가 이 소녀가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법무부 문건에도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수사관이 SNS 업체의 규정을 어긴다면 불법행위일까”라고 자문하는 구절이 들어 있다. 하지만 답변은 나와 있지 않다. 미 국세청(IRS)의 경우 직원들이 온라인상에서 신분을 속이고 납세자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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